김연아(20·고려대)는 시니어 무대에 선지 3년 만에 세계를 평정했다.

2006년 11월 캐나다에서 열린 그랑프리시리즈에서 3위를 하며 시니어무대에 데뷔한 뒤 2010년 2월 캐나다 밴쿠버 올림픽에서 완벽하게 세계를 제패한 김연아의 진화를 알아본다.

△2006∼2007시즌

정열적인 쇼트프로그램 '록산느의 탱고'와 우아한 프리 프로그램 '종달새의 비상'.

어린 소녀 김연아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두 프로그램을 똑부러지게 소화했다.

데뷔전이었던 그랑프리 2차대회 '스케이트 캐나다'에서 쇼트 1위를 했지만 프리에서 4위로 밀려 종합 3위로 출발했다.

그러나 이후 5차대회 '트로피 에릭 봉파르'에서 총점 184.54점으로 시니어대회 첫 정상에 오른 뒤 그랑프리 파이널에서도 아사다 마오(일본)를 제치고 우승하며 이름을 알렸다.

시즌 마지막 대회인 세계선수권에는 허리에 테이핑을 한 채 출전해 쇼트 역대 최고점(71.95점)을 경신했다. 프리에서 넘어지는 바람에 3위로 마치며 한국인 최초로 입상했다.

△2007∼2008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이 점프 채점 기준을 강화하면서 '교과서 점프' 김연아가 날개를 달았다. 발랄한 '박쥐 서곡'과 애절한 '미스 사이공'으로 레퍼토리를 짠 김연아는 러시아에서 열린 그랑프리 5차대회에서 프리 역대 최고점(133.70점)을 경신했다.

5차대회와 파이널에서는 각각 197.20점과 196.83점을 받아 '꿈의 200점' 돌파에 접근했다.

갑자기 찾아온 고관절 부상을 안고 투혼을 벌였던 세계선수권에서는 또 3위였다. 아사다 마오는 시니어무대에 데뷔한 이후 이 대회에서 첫 우승했다.

△2008∼2009시즌

김연아의 연기가 절정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쇼트 '죽음의 무도'와 프리 '세헤라자데'는 완벽한 프로그램이었다. 완벽한 프로그램에 완벽한 연기가 어우러진 한 해였다.

두 번의 그랑프리 대회를 190점대 점수로 우승한 김연아에게 유일한 위기는 고양시에서 열린 그랑프리 파이널. 국내에서 처음 열린 대회에, 지나친 응원이 쏟아지며 김연아는 홈그라운드에서 아사다에게 왕관을 내줬다.

그러나 4대륙선수권에서 다시 쇼트 역대 최고점(72.24점)을 작성하며 우승했다.

그리고 2009년 3월, 세 번째 도전한 세계선수권에서 눈부신 연기로 역대 최초 76점대 쇼트 점수를 땄고, 프리에서도 130점대로 복귀하며 총점 207.71점을 받았다. 신기록이었다.

△2009∼2010시즌

그랑프리 1차대회 '트로피 에릭봉파르'. 쇼트 76.08, 프리 133.95, 총점 210.03.

진한 스모키 화장으로 섹시하게 변신한 본드걸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 '제임스 본드 메들리'를 들고 나왔다. 전 세계가 놀랐다.

한여름 바닷물처럼 파란 의상을 입고 등장하는 프리 '피아노 협주곡 바장조(조지 거쉰)'는 김연아의 섬세한 감정 연기를 그대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출전한 모든 대회에서 우승했다.

'스케이트 아메리카'에서 쇼트 역대 최고점(76.28점)을 경신한 뒤 석연찮은 다운그레이드 판정을 받았던 파이널까지 모두 우승했다.

그렇게 출전한 대망의 밴쿠버 올림픽. 김연아는 쇼트 78.30점, 프리 150.06점으로 228.36점이라는 사상 초유의 점수를 받으며 올림픽 역사 최고의 선수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