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이 미군 동성애자들의 안식처가 되고 있다. 

미국의 군인 신문인 '성조지(Stars and Stripes)' 애슐리 롤랜드 기자는 '이태원 바, 미군 동성애자들의 피난처'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미군이나 동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여가를 즐기는 미군 동성애자들의 '서울 생활'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이태원의 동성애 실태를 적나라하게 볼 수 있다.

롤랜드 기자가 주목한 지역은 용산 미군기지에서 도보로 10분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바(주점) 밀집 지역. 미군 사이에 일명 '호모힐'로 불리는 이곳에선 미군 동성애자와 한국인 동성애자들이 어울려 노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신상 비공개를 조건으로 인터뷰에 응한 한 미군은 "이곳은 미군 동성애자들에게 완벽한 장소"라며 "여기서 마음껏 즐기다 미국으로 돌아가면 내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누가 알겠는가"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동성애에 대한 미군의 입장은 매우 엄격한 편이어서 동성애 행위가 드러날 경우 즉시 전역조치가 내려진다. 실제로 지난해 주방위군에 근무하던 한국계 장교가 자신의 동성애 취향을 밝힌 후 옷을 벗는 등 1994년 이후 최소한 1만명 이상의 미군이 동성애 행위가 목격돼 강제 전역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나는 엄격한 입장과 달리 동성애 취향을 드러내지 않는 한 복무를 인정했다. 이와 관련, 미군당국이 지난 17년간 지켜온 동성애 정책이 'DON'T ASK, DON'T TELL'. 한마디로 '동성애자인지 묻지도 말고, 동성애자라고 말하지도 말라'는 의미다.

그러나 오바마 정부 출범과 함께 이 정책은 좀더 전향적인 쪽으로 재검토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최근에는 미군내에서도 동성애자에 대해 전혀 개의치 않는 분위기라고 롤랜드 기자는 전했다. 이같은 미군당국의 입장변화에 따라 요즘 이태원 거리를 순찰하는 미군 헌병의 경우 동성애 행위를 목격해도 못본 체 지나치는 것이 보통이라고 기사는 덧붙였다.

롤랜드 기자는 또 배우 홍석천의 사례를 통해 정서적으로는 동성애자에 대한 반감이 심하지만 법적으로는 차별하지 않는 한국의 분위기도 전했다. 홍석천은 인터뷰에서 "한국민의 95%가 나를 싫어하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밝힌 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젊은 층을 중심으로 동성애를 특정인의 성적 취향으로 받아들이는 관대한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롤랜드 기자는 이같은 미군의 정책변화와 한국의 분위기에 따라 주한미군내에서 동성애자와 이성애자가 별다른 거리낌이나 차별없이 지내고 있다며 "솔직히 누가 게이인지 알고 싶지도 않다"는 인터뷰로 기사를 끝맺었다.

<조진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