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기가 막혀!'

입김으로 촛불을 끄는 것도 모자라 압수하는가 하면 아이폰에 촛불영상을 띄우자 아이폰까지 뺏어야할 지 고민에 빠진 경찰을 두고 네티즌들의 비아냥이 이어지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31일 천안함 실종자의 무사귀환을 기원하고 사고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촛불집회에서다. 당시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는 저녁 7시부터 천안함 사고 관련 첫 촛불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 모인 시민은 20여명. 이들은 천안함 실종자의 무사귀환과 사고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우리는 촛불을 듭니다'라는 노란색 손피켓과 촛불을 들고 집회를 열었다. 이중 촛불을 든 사람은 4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들의 집회를 경찰이 지켜만 보고 있을 리 만무하다. 잠시 후 남대문경찰서 소속 경찰 30여명은 이들을 에워싸며 입김으로 촛불을 끄기 시작했다. 촛불을 빼앗으면 실랑이가 벌어질 것을 우려한 '묘책'이었다. 그러자 시민은 촛불을 붙이고 경찰은 불을 끄는 웃지 못할 장면이 반복됐다. 급기야 경찰은 촛불을 통째로 빼앗았다.

이를 보다 못한 한 시민은 "촛불이 무슨 무기라도 됩니까. 왜 촛불도 마음대로 켜지 못하게 하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경찰은 "4명 이상이 모여 의사를 표하는 것은 집회"라며 "사전 신고되지 않은 집회는 불법"이라고 밝혔다. 

이번 촛불집회는 최승국 녹색연합 사무처장이 트위터를 통해 "천안함 참사와 관련, 마음을 나누는 촛불 모임을 갖자"는 메시지가 트위터 이용자 사이에 전파되면서 갑작스럽게 열렸다. 따라서 사전 신고가 안된 집회이지만 천안함 사고의 심각성을 감안해 경찰의 과도한 진압이라는 지적이다. 

이날 집회 참석자들은 경찰의 이같은 과잉진압에 '새로운 촛불'로 맞섰다. 바로 아이폰에 촛불 영상을 띄운 '아이폰 촛불'을 앞세운 것. 이를 본 경찰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경찰은 곧바로 무전기를 통해 상부에 아이폰 촛불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물었지만 속시원한 지침을 받지 못한 것 같았다.

수십만원에 달하는 아이폰을 함부로 빼앗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일반 휴대폰처럼 배터리를 분리, 압수할 수도 없다. 아이폰은 배터리 분리가 불가능하기 때문. 결국 '아이폰 촛불' 앞에서는 경찰도 속수무책인 셈이다. 애플 앱스토어에는 이처럼 촛불 관련 무료 애플리케이션이 다양해 앞으로 촛불집회는 '아이폰 촛불'이 트렌드가 될지 모를 일이다. 

이날 집회는 저녁 7시30분께 실종 장병들의 무사귀환을 위한 묵념 후 끝마쳤고 모임을 주도한 최씨는 "촛불집회가 안정화될 때까지 매일 저녁 7시에 이 자리에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같은 광경을 지켜본 네티즌들은 '웃기는 경찰' '당혹스런 경찰' '불쌍한 경찰' 등 경찰을 빗댄 비아냥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아이디 '달려달려'인 네티즌은 "아이폰 촛불도 불면 꺼집니다. 한번 꺼보라고 하세요. 대한민국 국민은 코미디 시청 중"이라는 글을 올렸다. 또 다른 네티즌들은 "민주국가가 아니라 경찰국가네요. 모든 표현을 경찰의 힘으로, 권력의 힘으로 막는 이 나라" "아예 아이폰을 만든 놈을 잡아가면 되겠네요" "이제 동호회 사람들도 4명 이상 모이지 마시고 가족도 4명 넘으면 안 됩니다. 집시법 위반입니다"라며 경찰의 과잉대응을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