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호 선장 허정무 감독(55)과 사무라이 재팬을 이끄는 오카다 다케시 감독(54).

기름과 물처럼 절대 화해할 수 없는 '숙적' 한국과 일본의 사령탑이지만 묘하게 닮은 축구인생이 눈길을 끈다.

허 감독과 오카다 감독이 각각 12일과 15일 남아공월드컵 조별예선 1차전에서 각각 그리스와 카메룬을 꺾고 자국 출신 감독으로는 처음으로 월드컵 원정 승리를 따냈다.

한국은 B조에서 '막강'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를 따돌리고 1위에 올랐고, 일본도 네덜란드에 이어 E조 2위로 16강진출의 기대를 높였다. 

아시아 축구를 대표하는 한국과 일본의 두 사령탑의 '닮은꼴 축구드라마'는 이전에도 축구팬 사이에서 화제였다.

두 감독은 2007년 말 나란히 외국인 감독 시대를 마감하고 자국 사령탑에 올랐고, 어렵게 2010 남아공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따냈다.

공교롭게도 이들로 인해 양국의 외국인 감독 시대가 열리기도 했다. 

한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개최한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허 감독은 2000년 거스 히딩크 감독(네덜란드)에게 자리를 넘겼다. 이후 태극호 사령탑은 움베르토 코엘류(포르투갈)·요하네스 본프레레·딕 아드보카트·핌 베어벡(이상 네덜란드)으로 이어졌다.

일본도 오카다 감독이 98년 물러난 후 필립 트루시에(프랑스)·지코(브라질)·이비차 오심(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여론의 비난을 이겨내고 꿈을 펼쳤다는 공통점도 있다. 

허 감독은 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때 '허무 축구'라는 혹평을 들었지만 특유의 리더십과 고집으로 7회연속 월드컵 성과를 일궈냈다. 

오카다 감독도 월드컵 직전 4차례 평가전에서 모두 져 퇴진설에 휩싸였지만 역경을 딛고 기사회생했다.

이에 카메룬전 직전까지 퇴진압박을 가하던 일본 언론은 하루만에 태도를 완전히 바꿨다.

'산케이신문'은 "지휘관의 지휘봉이 선명했다. 혼다 게이스케를 원톱에 세우고 마쓰이 다이스케와 오쿠보 요시토를 윙에 포진시키는 전술이 적중했다"며 오카다 감독의 용병술을 극찬했다. 

'최약체' 짐바브웨와 평가전(0-0)에서 똑같은 전술을 썼을 때 날을 세웠던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었다.

일본 '스포츠호치'도 "카메룬전 종료 휘슬은 2차전 네덜란드전 킥오프 휘슬이다. 아직 아무 것도 손에 넣은 게 없다"는 오카다 감독의 말을 인용해 믿음직하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국내파 사령탑으로 나란히 새 역사를 써내려가는 허정무 감독과 오카다 감독. 둘의 닮은꼴 행보가 남아공월드컵에서는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