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연못을 꿈꾸는 정소민(庭沼珉). 본명이 김윤지인 정소민은 배우로서 새로운 시작을 하겠다는 각오를 담아 직접 예명을 지었다. 정소민의 바람이 통한 걸까? 정소민과 밝고 천진난만한 해신그룹 막내딸 홍모네는 참 많이 닮았다. 

정소민은 데뷔작인 SBS 수목극 '나쁜남자'(연출 이형민) 첫 방송부터 '윤은혜 닮은꼴'로 스타덤에 올랐다. 본인도 얼떨떨해 할 정도다. 하지만 정소민은 해맑아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대단한 악바리다. 무용을 하면서도 언제나 고등학교 성적은 상위권을 유지했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에 수석 입학까지 했다. 예체능과라고 해서 공부를 등한시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충대충'을 용납하지 못하는 성격이다.

"8살 때부터 무용을 했어요. 사실 대학도 무용으로 수시합격 한 상태였어요. 근데 아무래도 연기에 미련이 남더라고요. 아빠한테는 비밀로 하고 엄마한테 허락받아서 한달 정도 준비해서 시험을 봤죠. 덜컥 붙었어요. 무용을 했던 게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아빠는 모녀가 짜고 속였다고 노발대발하셨죠. 그런데 수석 입학이라 등록금이 0원인 걸 보시더니 좀 풀리셨어요"

본인의 말에 따르면 정소민은 한예종에 입학하면서 운이 트였단다. 학교에 들어가고부터 '한병 더'나 영화 예매권 당첨도 부쩍 많아졌다. 게다가 현장에서 만나는 친구들은 천군만마나 다름없다. 영화 '여고괴담'의 유신애와 MBC '일요일일요일밤에'의 '뜨거운 형제'에 출연해 화제가 된 주보비가 정소민의 한예종 동기다. 억세게 운 좋은 정소민은 '홍모네'를 만난 것도 행운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모네가 순수하고 착하다고 말해요. 하지만 제 생각은 좀 달라요. 겉보기에는 밝고 약간은 맹해보이지만, 어릴 때부터 떠받들어지는 것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사람을 무시하는 경향도 있어요. 모네는 건욱한테 이용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부터 달라져요. 못된 악녀가 되죠. 착한 모네만 기억했던 사람들은 좀 충격적일지도 몰라요. 저 같은 신인배우가 다양한 개성을 보여줄 수 있는 모네를 만난 것도 진짜 운이 좋은 거죠"

정소민은 좋아하는 배우를 묻는 질문에 한참을 생각하더니 "너무 많아서 꼽을 수가 없다"고 힘들게 답하며 스스로 '줏대없는 배우'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 엄마가 좋아하는 배우는 이선균 선배에요"라며 덕분에 이선균의 출연작은 모두 봤다고 밝혔다. 아직 막 꽃봉오리를 맺기 시작한 신인 배우 정소민의 바람은 언제나 거침없이 연기를 지적하는 엄마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연기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