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함대' 스페인이 천하통일의 꿈을 이뤘다.

2008년 유럽축구선수권(유로2008)에 이어 이번 남아공 월드컵 우승으로 세계축구계를 평정한 스페인은 독일(유로72·74년 월드컵)과 프랑스(98년 월드컵·유로2000)에 이어 세번째로 유럽선수권과 월드컵을 연속으로 제패했다.

스페인은 그동안 압박축구에 숨통이 막혔던 현대축구의 흐름을 정교한 패스플레이로 뛰어넘으며 세계 축구사에 새로운 트렌드를 예고했다.

▲압박을 풀어헤친 패스축구
스페인은 결승전까지 7경기에서 득점은 역대 우승팀 중 최소인 8골에 그쳤지만, 실점 또한 단 2점이었다.

조별리그 덴마크전(2-0승)을 제외하면 모두 1골 차 승부였을 만큼 효율적인 축구로 정상에 올랐다.

현대축구가 압박과 기동력을 중시하면서 보고 즐기는 축구 팬에게는 답답함 그 자체였다.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축구를 구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스페인은 이같은 답답함을 짧고 세밀한 패스플레이로 해소하며 재미와 전술도 승화시켰다.

스페인의 포메이션은 동물적 골감각의 다비드 비야를 최전방 원톱에 세우고 사비 에르난데스·사비 알론소·세르히오 부스케츠·페드로·안드레스 이니에스타 등 미드필드에 5명을 배치하는 변형된 4-3-3 형태다. 

이들은 체격은 크지 않지만 개인 기량과 패스워크가 뛰어나 아기자기한 패싱게임으로 상대를 흔든 뒤 결정적인 킬패스로 공간을 노려 승부를 본다.

스페인의 평균 패스 성공률은 80%대로 본선 참가국 중 단연 1위다. 정교하기로 정평이 난 남미의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도 따라오지 못할 정도다.

▲FC바르셀로나의 힘
스페인 축구의 또 다른 힘으로 명문 구단 FC바르셀로나를 꼽을 수 있다. 

스페인 대표팀 23명 중 바르셀로나 소속은 발렌시아에서 새 둥지를 튼 비야를 포함해 무려 7명. 이들이 대표팀의 주축이었다.

특히 2008~2009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사상 첫 트레블(유럽 챔피언스리그·정규리그·스페인 국왕컵)을 달성한 바르셀로나 멤버를 그대로 옮겨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70년대 세계축구를 주름잡았던 '전원 공격, 전원 수비'의 네덜란드 '토털사커'가 현대적으로 녹아있다.

토털사커의 지휘자였던 요한 크루이프의 수제자가 현재 바르셀로나를 이끌고 있는 호셉 과르디올라 감독이다.

스페인은 그동안 강한 라이벌 의식을 가진 카탈루냐(바르셀로나)와 카스티야(레알 마드리드)의 역사적 반목 탓에 대표팀의 전력이 융화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러나 레알 마드리드에서 선수와 감독으로 생활했던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대표팀은 스페인이라는 이름으로 하나가 돼야 한다"며 단결력 강조하면서 팀워크가 살아나 결국 사상 첫 월드컵 챔피언에 오를 수 있었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