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왔는데 노래 두 곡 부르고 떠난 게 너무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이랑 약속했죠. 다시 오겠다구요.”

가왕 조용필씨(61)가 15일 채 1년이 안돼 전남 고흥 소록도를 다시 방문했다. 지난해 어린이날 영국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협연 무대를 가졌지만, 못내 아쉬움이 남은 듯 조용히 소록도를 찾았다. 이날 공연은 소록도 우촌복지관에서 오후 1시30분께 막이 올랐다.

‘단발머리’로 시작된 무대는 ‘내 이름은 구름이여’ ‘촛불’로 이어졌다. 그는 공연 중간 “이렇게 화창한 봄날 여러분과 함께 해 너무 기쁘다”며 “신청곡도 많이 받아 부르려 하니 박수도 치시고 춤도 추시고 맘껏 즐겨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허공’ ‘돌아와요 부산항에’ ‘그 겨울의 찻집’ ‘한오백년’ ‘창밖의 여자’ ‘꿈’ ‘친구여’ 등 주옥같은 히트곡을 잇달아 불렀다.

회관을 채운 300여 한센인들은 조씨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더할 나위없는 흥에 빠져들었다. ‘돌아와요 부산항에’에선 관객들 다수가 객석 앞으로 나와 조씨와 함께 춤을 췄고, ‘친구여’에선 거꾸로 조씨가 객석으로 내려와 관객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1시간 남짓 계속된 공연은 ‘여행을 떠나요’와 ‘그대 발길 머무는 곳에’로 마무리 됐다. 이날 공연은 밴드 ‘위대한 탄생’과 코러스 등 공연스태프 60여명이 참여, 일반 콘서트에 버금가는 완벽한 무대를 꾸몄다.

공연이 끝난 뒤 조씨는 현장을 뜨지 않고 함께 사진을 찍고 싶어하는 한센인들과 일일이 기념촬영을 했다. 조씨는 “오늘 여러분을 만나서 즐겁고 행복했다”면서 “내년에 또 찾아 뵙겠다”고 약속했다. 조씨는 이날 선물로 들고간 세탁기 2대와 후원자들이 따로 모아준 도시락 600여개, 각종 영양제를 소록도 측에 전달했다. 관세청 서울본부세관 측도 티셔츠 1천500여점을 기탁했다.

공연을 지켜본 한센인 대표는 “대스타의 소탈함과 진실함에 큰 감명을 받았다”며 거듭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소록도 주민 이남철씨(62)는 “2009년 3월 도로 개통 뒤 소록도를 방문한 가수들이 다시 오겠다고 했지만 그 약속을 지킨 가수는 조용필씨가 유일하다”고 밝혔다.

조씨는 지난해에도 소록도 공연에 이어 서울 잠실주경기장에서 대형자선공연을 갖고, 수익금 전액을 서울 세브란스병원에 소아암 어린이의 치료비로 기부했다. 당시 기부금 액수는 끝내 밝히지 않았지만 약 500명의 어린이들이 수술과 치료를 받을 수 있을 정도의 거금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