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 작가의 베스트셀러 <엄마를 부탁해>가 지난해 연극에 이어 올해는 뮤지컬로 관객들을 만난다. <엄마를 부탁해>는 2008년 출간 이후 독자와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이른바 ‘엄마 신드롬’을 불러 일으켰다. 이후 미국·캐나다·영국·프랑스 등 24개국에 판권이 판매되면서 전세계가 주목하는 국내 대표 소설로 자리매김했다. 또 지난해 선보인 연극은 객석 점유율 90%를 기록하며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제작사 신시컴퍼니는 2009년 공연 판권을 얻은 후 연극과 뮤지컬을 동시에 기획했다. 원작이 매우 연극성이 짙은 작품이지만 뮤지컬로 제작했을 때 음악의 힘을 빌어 더 쉽고, 더 크게 감정의 증폭을 관객들에게 전달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뮤지컬 <엄마를 부탁해>(5/5~6/19, 서울 충무아트홀 대극장)는 소설이 가지고 있는 엄마의 인생과 사랑, 그리고 가족들 내면의 이야기를 밀도 있게 구성하고, 아름답고 흥겨운 음악을 덧입혀 뮤지컬로 완성시켰다.

실종된 엄마를 찾는 사건으로부터 시작돼 옴니버스 형식으로 가족 구성원들의 기억들로 퍼즐을 맞춰가듯 엄마를 복원시킨다. 물리적인 엄마의 실종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가족들의 마음 속에서 엄마의 실종은 아주 오래 전부터였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진다는 내용이다.

연극계에서 매 작품마다 특유의 감각을 발휘해 온 실력파 구태환이 연출을 맡았다. 특히 구태환은 <엄마를 부탁해>에 앞서 <친정엄마>, <친정엄마와 2박 3일> 등 엄마를 소재로 한 연극을 통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보편적인 엄마와 딸의 이야기를 그려내며 작품성과 예술성, 그리고 대중적 코드를 놓치지 않는 연출자로 명성이 자자하다.

또 뮤지컬 <엄마를 부탁해>는 인칭소설, 병렬적 구조 등 원작 소설의 문학적 특징을 살리기 위해 액자식 구성으로 꾸며진다. 또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엄마가 걸어왔던 길은 물리적인 변화보다는 이미지와 조명을 이용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소설의 감성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음악은 국내 대중음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김형석 작곡가가 맡았다. 김형석은 자산의 장점인 가슴시리도록 아름다운 멜로디를 앞세워 원작의 아름다움을 무대에서 극대화 시킨다. 자식들에게 늘 미안해하는 메인 테마곡 ‘미안하다’를 비롯해 ‘엄마만 돌아오면’, ‘편지’, ‘엄마의 한글 공부’, ‘소 눈 닮은 할머니’ 등 총 17곡은 때론 관객들의 가슴을 파고들어 눈가를 촉촉하게 적시는 뭉클함을 선사하고, 때론 경쾌하고 가벼운 멜로디로 관객들의 긴장감을 녹여준다.

여기에 17명의 배우들이 소설 속 인물들에게 숨을 불어넣는다. 국내 대표 여배우 김성녀가 엄마 박소녀 역을 맡아 오랜만에 뮤지컬 무대에 올라 실제 엄마를 떠올리게 만드는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친다. 또 풍부한 감성과 탁월한 곡 해석력, 폭발적인 가창력을 소유한 차지연은 연극에서 차녀를 연기한 데 이어 뮤지컬에서는 장녀 지헌을 연기한다. 이밖에 김덕환, 이계창, 김경선 등 탄탄한 연기력과 노래 실력을 갖춘 배우들이 5월 가정의 달에 어울리는 깊고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가격 3~9만원, 문의 02)2230-6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