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의 공식출범을 앞두고 스타급 PD들의 이동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적설’에 이름을 올린 PD만 해도 20여명에 달하고, 몇몇 PD들은 이미 이적을 마쳤다. 선발대로 이적에 나선 PD들이 물꼬를 튼 만큼 현재 남아 있는 PD들의 종편행은 시간문제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이적에는 거액의 돈이 따라붙기 마련. 게다가 방송제작에 있어 어느 정도 독립성을 인정받은 해당 PD로서는 두 마리의 토끼를 거머쥐는 셈이다. 종편과 PD의 ‘윈윈전략’. 과연 득과 실은 무엇일까.

▲ 스타PD 이적 현실로

방송에 대한 노하우가 지상파에 못 미치는 종편은 개국 초 관련 인사들의 스카우트는 필수다. 현재 종편행이 거론되거나 결정된 PD는 KBS 10~15명, MBC는 10명 정도. KBS는 ‘1박2일’을 기획했던 김시규 PD가 iTBS로, ‘1박2일’의 초기 연출자이자 ‘남자의 자격’을 총괄했던 이명한 PD와 <개그콘서트>를 이끌어온 김석현 PD가 CJ E&M으로 각각 자리를 옮겼고, 영화 <조선명탐정> <올드 미스 다이어리>를 감독한 김석윤 PD도 jTBC행을 확정 지었다.

MBC는 ‘무릎팍도사’ ‘우리 결혼했어요 시즌1’ <위대한 탄생> 등을 연출한 임정아 PD, <느낌표> <쇼바이벌> <스친소> <일밤-단비> <추억이 빛나는 밤에> 등을 연출한 성치경 PD가 jTBC로 자리를 옮긴다. 또 <거침없이 하이킥>의 권익준 PD는 CJ E&M, ‘무릎팍 도사’ <무한도전> 등을 기획한 여운혁 PD 역시 jTBC행을 결정했다.

이에 반해 SBS는 지금까지 구체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모 스타급 PD가 거액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은 적이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예능프로 PD가 타깃

현재 종편으로부터 스카우트의 타깃이 되고 있는 PD들은 모두 예능국 소속이다. 이는 드라마의 경우 아웃소싱 제작이 가능하고, 뉴스는 기존 경력기자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지만 예능은 지상파의 노하우를 따라잡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톱스타 섭외에 대한 기대가 적지 않다. 이제 막 첫 발을 내딛는 종편으로서는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인기 연예인을 앞세우는 것이 가장 빠르고 확실한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프로그램을 통해 이들과 함께 호흡을 맞췄던 후배 PD들의 추가 이적과 조연출이나 작가 등 제작 분야 스태프의 이적 또한 기대하고 있는 부분이다. 무엇보다 잘 나가는 예능 프로그램이 방송사를 먹여 살리고 있는 것이 현실인 만큼 예능 PD는 스카우트 0순위다.

방송사 관계자는 “예능은 드라마나 다큐와 달리 제작이 까다롭고 연예인 섭외가 중요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며 “특히 잘 나가는 PD의 영입으로 방송사는 시청률과 수익, 채널홍보 등 1석3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 이적, 돈 때문인가

종편들은 출범을 앞두고 파격적인 계약료를 앞세워 스타 PD 영입에 나서고 있다. 안정된 자리에 소위 잘 나가는 이들을 데리고 오기 위해서는 거액의 계약금은 필수이기 때문이다. 스타급 PD들의 계약료는 10억원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15억~20억원까지 치솟고 있다는 후문이다.

지상파에서 케이블로 자리를 옮긴 한 고위 간부는 “처음에는 부정적으로 생각해도 거액을 제시하면 흔들릴 수 밖에 없다”며 “내가 인정받고 평소 꿈꾸기 힘든 금액이라는 점에서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고 전했다.

지상파 방송사는 당초 종편행을 택하는 PD들이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거액의 이적료는 소수 PD들에게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을 다르다. 금전 외에 회사 분위기와 제작 여건 등이 예능 PD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KBS 노조는 “KBS 예능 PD는 주인 눈치 보며 더부살이하는 객식구 같은 느낌이다. 시청률 경쟁의 최전선에 놓여있지만 ‘공영방송다움’을 지켜야 하는 핸디캡이 있다”며 “잇단 관제성 특집과 불합리한 인사도 미래가 보이지 않게 한다”고 주장했다.

▲ PD·종편의 득과 실

현재 방송계에서는 그동안 우려했던 2차 스카우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방송사 관계자는 “스타급 PD들이 자리를 잡고 나면 곧바로 동료 또는 후배들의 영입이 이어질 것”이라며 “이들의 종편행은 금전보다는 제작 환경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 환경의 변화로 외부에서의 유혹은 갈수록 강해지는데 제작 인력에 대한 회사의 처우는 날로 악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지상파 PD들의 종편행과 이들을 영입하는 종편들은 과연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인가.

이와 관련, 방송 관계자는 “우선 독립성이 종편이 더 좋을 것이라는 것은 현재로선 예상일 뿐”이라며 “오히려 사주의 간섭이 더 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고액의 이적료나 파격적인 대우 역시 소수에게 한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종편은 거대 자금을 들여 스타 PD를 영입한 후 예상 외로 실적을 거두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지상파의 아성을 단번에 따라잡을 수 있을 지도 미지수다. 따라서 종편과 이적 PD들간 ‘윈윈전략’은 반짝 효과에 그칠 수 있다는 얘기다.

방송사의 한 고위 임원은 “방송사의 성공적인 시장진입은 자본력과 인력, 노하우 등이 3박자를 이뤄야 한다”며 “이는 장기간의 투자와 노력 없이는 불가능한 얘기”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