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

방송국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경쟁하듯 스타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내놓으면서 애꿎은 연예인 출연자들만 돌을 맞고 있다. 아이유는 두 개의 프로그램에 중복 출연하면서 어느 하나에 충실하지 못해 비난받고 있고, JK 김동욱은 잇따르는 출연으로 존재감이 희미해지면서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아이유는 지난 4일 방송된 KBS2 <불후의 명곡2> 첫 회에서 얼굴을 내비친 후 곧바로 하차 사실을 전했다. 제작진과 아이유 측은 스케줄 조정의 어려움과 애초부터 고정 출연이 아니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지만 네티즌들은 “꼴찌하고 도망가는 거냐”, “이럴 거면 왜 나왔냐”고 비난하고 있다. 아이유 하차 논란이 커지면서 후임인 시크릿 송지은이 묻혔고, 씨스타 효린의 경연 1위가 빛이 바랬다. SBS <김연아의 키스&크라이>에도 출연하고 있는 아이유는 연습 부족으로 중간경연에서 형편없는 실력을 선보여 “불성실하다”는 말까지 듣고 있다. 아이유는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대세’로 불리며 국민적 호감을 얻었던 신인. 하지만 이제는 일거수 일투족이 비난받고 있는 상황이다.

치열하게 경쟁해야 할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은 아이유의 잘못이다. 하지만 과연 아이유만의 잘못인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불후의 명곡2>는 2009년 종영된 <불후의 명곡>의 부활로도 주목받았지만 MBC ‘나는 가수다’의 아이돌판으로 더 화제가 됐다. 특히 ‘나는 가수다’ 섭외를 고사했던 아이유가 출연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큰 관심이 쏠렸다. 비록 아이유가 1회만에 하차하긴 했지만 <불후의 명곡2>는 아이유를 통해 의도치 않은 홍보효과를 톡톡히 봤다. 노이즈 마케팅도 홍보 전략 가운데 하나다.

JK 김동욱은 tvN <오페라스타2011>에 출연하면서 재조명받았다. 2002년 데뷔한 JK 김동욱은 데뷔 10년차에 접어들었지만 팬들과 음악으로만 소통을 고집한 탓에 대중적 인지도는 떨어지는 편이었다. 하지만 <오페라스타>를 통해 가창력을 지닌 가수로 인정받았고, 팬들의 지지를 받으며 준우승까지 차지했다. JK 김동욱은 곧바로 ‘나는 가수다’에 합류했다. JK 김동욱은 스스로 “‘임재범의 아류’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고 털어놓은 뒤 임재범의 ‘비상’을 열창했다. 맨발로 부르는 투혼도 발휘했지만 아쉽게도 주목받지 못했다.

JK 김동욱의 존재감이 희미해진 것은 함께 합류한 옥주현을 향한 비난 여론이 과열되면서 덩달아 그를 향한 관심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잘못은 ‘나는 가수다’ 제작진에게도 있다. 섭외에서 실수를 범했다. JK 김동욱이 출연진으로 아무리 탐이 났다고 하지만 제작진은 그가 <오페라스타>를 끝낸지 불과 2주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염두에 뒀어야 했다. JK 김동욱에게는 한 숨 돌릴 수 있는 여유를, 시청자들에게는 JK 김동욱에게서 <오페라스타>를 지울 수 있는 여유를 줄 필요가 있었다.

이 밖에도 스타들이 경쟁을 하는 프로그램은 <키스&크라이>와 MBC <댄싱 위드 더 스타>가 있다. 가수 김장훈은 <키스&크라이>에서는 심사위원으로, <댄싱 위드 더 스타>에서는 도전자로 출연하고 있다. 지난 5일 연평도에서 공연을 가진 김장훈은 최근 무리한 스케줄로 인해 실신하기도 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는 연예인들은 살아남기 위해, 주목받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김병만은 <키스&크라이>에서 피겨 연습을 하다 발목 부상을 당했고, 이아현은 허리 통증을 호소했다. 이에 네티즌들은 “열심히 연습하다 다친 사람만 손해다”면서 걱정을 전하고 있다. 이들은 방송국간 시청률 싸움의 희생양이나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