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프랑스 파리만의 축제가 아니었다. 프랑스를 넘어 유럽 전역의 소녀들이 K팝에 푹 빠졌다. 10일과 11일(이하 현지시간) 펼쳐진 ‘SM타운’ 파리공연장에는 영국, 스페인, 스코틀랜드, 독일, 포르투갈, 네덜란드, 체코, 스웨덴, 스위스, 이탈리아, 폴란드, 오스트리아, 그리스 등 유럽 각 국의 국기가 공연장 안팎에서 휘날렸다.

이들은 유럽 각지에서 K팝 가수를 직접 보기 위해 파리를 찾았다. 스웨덴에서 온 챠먼(22)은 “기차로 4시간30분 걸려 런던에 도착했고, 또 3시간여 기차를 타고 파리로 왔다”고 했고, 마리나(19)는 “우린 스위스에서 왔다. 여기도 좀 찍어달라”고 스위스 국기를 흔들었다. 벨기에 출신의 릴라(21)는 “우리나라에서도 한 달 전 쯤 공연을 열어달라는 청원운동이 벌어졌다”고 전하기도 했다. 스페인에서 온 어느 소녀는 “내겐 꿈같은 순간”이라며 눈물을 흘리며 감격해했다.

10일 오후 3시 프랑스 파리 북부에 위치한 ‘르 제니스 드 파리스’ 콘서트홀 입구에서도 한바탕 잔치가 벌어졌다. K팝 팬들은 굵은 빗방울도 아랑곳 하지 않고 각자가 익힌 한국 가수들의 노래를 한껏 뽐냈다. 그곳엔 국가, 언어, 인종의 구분 따윈 없었다. K팝으로 유럽이 하나가 됐다.

어디선가 슈퍼주니어의 ‘쏘리 쏘리’가 흘러나오자 다시 우르르 모여 노래를 함께 따라했다. K팝 춤이 좋아 자발적으로 조직했다는 ‘슈프림 크루’ ‘카마 푸송’ ‘아프리카지안 댄스 크루’ 등 일군의 프랑스 아마추어 댄스팀도 있었다. 뛰어난 실력에 주위에서는 박수와 함성이 터져나왔다. 샤를 아티군(17·프랑스)은 “유튜브를 통해 동영상을 보면서 함께 머리를 맞대고 매일같이 연습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보여준 환호와 열정은 그동안 K팝이 탄탄하게 자리잡은 동남아나 중국, 일본 등 아시아권 팬들 이상이었다.

프랑스 소녀들은 ‘우리는 대한민국이다’라고 쓰인 월드컵 응원복을 착용했고, 스위스 여성들은 소녀시대의 무대 복장을 똑같이 흉내낸 의상을 제작해 입고 있었다. 한 페루 여성은 ‘페루로 와주세요’라고 쓰인 페루 국기를 흔들었다. 미국 여성 지니(23)는 ‘나는 자랑스런 미국의 엘프(슈퍼주니어 팬클럽)인입니다’는 큼지막한 플래카드를 들고 있었다.

팝칼럼니스트 김태훈은 이 같은 열풍에 대해 “아이돌음악이 가지고 있는 강렬한 후크(짧고 흥겨우면서 반복되는 후렴구)와 퍼포먼스 등 한국적 스타일과 서구 팬들이 좋아할만한 스타일이 절묘하게 조합돼 대중들을 사로잡고 있는 것 같다”면서 “이번 유럽 공연은 우리나라 대중음악의 해외 진출에 더 큰 활로를 열어주는 한편, 국내 대중음악의 발전과 변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