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즌이 시작된 가수 서바이벌 <슈퍼스타K 3>와 <위대한탄생 2>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위대한 탄생>과 <슈퍼스타 K>, <나는 가수다>는 과연 음악 프로그램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지상파 방송에서 음악 프로그램은 대부분 예능 프로그램으로 전락했다. “지금 지상파에서 정통 라이브 음악 프로그램이라고 할 만한 프로그램은 EBS <스페이스 공감> 뿐”이라는 한 음악관계자의 말은 곱씹어볼 만하다.

지상파에서 라이브 음악 프로그램은 경쟁 논리에 의해 거의 퇴출됐다. 시청률 경쟁에 밀려난 음악 프로그램들은 자리를 옮겨 케이블 채널에 안착했다. 새로운 시도와 참신한 구성, 지상파 음악 방송에서 만나기 힘들었던 다양한 음악은 지상파 방송에서 음악적 선택권을 잃었던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지난해 지상파 방송은 유독 많은 라이브 음악 프로그램들을 폐지했다. MBC <음악여행 라라라>가 지난해 10월 없어졌고, 이어 12월 KBS <라이브 음악창고>가 폐지됐다. 지난 3월에는 SBS <김정은의 초콜릿>이 문을 닫았다. 현재 지상파에 남아있는, 가요 순위 프로그램 외에 동시대 음악을 다루는 라이브 음악 프로그램은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과 MBC <아름다운 콘서트>, EBS <스페이스 공감>이 전부다. 그나마 남아있는 음악 프로그램이지만 방송 시간은 밤 12시 이후 심야 시간대로 밀려나있다. SBS는 지난 3월 <김정은 초콜릿>을 폐지한 이후, 따로 음악 프로그램을 신설하지 않았다.

반면 케이블 채널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라이브 음악 전문 프로그램들이 등장했다.

KBS조이는 지난 4월 <이소라의 두 번째 프로포즈>를 신설했다. KBS2에서 1996년부터 2002년까지 방영됐던 <이소라의 프로포즈>의 9년 만의 부활이었다. 진행자였던 가수 이소라는 물론 형식까지 비슷하게 가져왔다.

음악전문채널 Mnet은 박경림·정원영이 진행하는 <엠 사운드 플렉스>와 윤도현의 <머스트>를 방송 중이다. tvN에선 지난 6월부터 태진아·이채영이 진행하는 음악 버라이어티 <쇼쇼쇼>를 방송하고 있다.

케이블 채널의 특징은 지상파에 비해 시청자의 확보는 어렵지만 보다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케이블 음악 프로그램들은 음악과 형식 등에서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엠 사운드 플렉스>의 경우 매번 다양한 게스트들이 합동 무대를 갖거나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 조합이 흥미롭다. 지금까지 장재인과 토마스쿡, 알렉스·이현우·이정희, 십센치와 허각·존박 등이 각각 한 무대에서 공연을 펼쳤다. 김바다, 안녕바다, 요조, 정인 등이 김광석의 노래를 새롭게 해석하는 ‘김광석 스페셜’ 무대를 마련하기도 했다.

<머스트>는 매주 ‘나에게 힘을 주는 노래’ ‘마이크만 잡으면 부르고 싶은 노래’ 등을 주제로 네이버와 갤럽 리서치를 통해 대중이 직접 선정한 노래 100곡을 뽑아 순위를 공개한다. 진행자인 윤도현과 YB의 허준, 게스트들이 순위에 오른 주요곡을 편곡해 들려주기도 한다. 무대도 콘서트의 분위기를 살려 360도 원형 무대로 꾸몄다.

<이소라의 두 번째 프로포즈>는 마치 라디오 프로그램처럼 친밀하고 가족적인 분위기다. 무대와 객석의 사이가 가깝고, 진행자 이소라도 지상파에 등장할 때보다 한결 어깨에 힘을 뺀 편안한 분위기다. <쇼쇼쇼>는 가수들의 번외편 대형 버라이어티의 느낌이 짙다. 다양한 장르 가수들의 합동 무대, 후배 가수의 선배 가수에 대한 트리뷰트 무대, 연말 시상식에서나 볼 수 있는 가수들의 퍼포먼스 무대 등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새로운 시도를 담은 음악 전문 프로그램이 많아지는 것은 다양성 측면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한계도 분명하다.

케이블 채널 역시 정도는 덜하지만 경쟁논리에 포박돼있다. 시청률 조사기관 AGB닐슨리서치에 따르면 이들 프로그램의 본방 시청률은 0.1~0.4% 대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10월 많은 이들의 기대와 관심 속에 5년 만에 부활한 MBC에브리원 <수요예술무대>는 시청률과 제작비 문제로 방송 8개월 만에 폐지되는 불운을 겪었다. 당시 한봉근 담당 프로듀서는 “공중파에서도 프로그램이 정착되는 데 5년이 걸렸는데, 부활 1년도 안돼 폐지가 결정돼 안타깝다”고 말한 바 있다. 현재 음악 프로그램을 주로 생산해 방송하는 케이블 채널이 ‘음악전문채널’인 Mnet이라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채널의 특수한 상황이 받쳐주기 때문에 다양한 음악 프로그램의 생산과 유지가 가능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방송사에서 현재 대중의 음악 소비 패턴을 기민하게 포착해 프로그램에 반영하는 감각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케이블 채널에서 비교적 새로운 시도가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기존의 음악 프로그램 형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음악평론가 차우진은 “(방송사들이) 대학로 라이브 극장이 인기를 끌면서 등장한 20년 전 <노영심의 작은음악회>의 포맷을 <이소라의 프로포즈>를 거쳐 지금까지 고수하는 것은 안일한 태도”라며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음악 시장의 변화를 잘 포착해 괜찮은 시청률을 내면서 살아남고, 오히려 옛 형식을 고수하던 <이소라 프로포즈>가 케이블에서 부활해 공존하는 현상도 흥미롭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