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전사’ 이을용(36·강원FC)이 현역에서 은퇴한다.

한국의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주역인 이을용은 오는 23일 강릉종합경기장에서 열리는 K리그 2011 대구FC와의 올시즌 마지막 홈 경기를 끝으로 현역 선수생활을 마감하기로 결정했다.

이을용은 2일 ‘스포츠 경향’과의 인터뷰에서 “대표팀 유니폼을 벗을 때도 그랬지만 조금 아쉬울 때 은퇴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마음을 정리했다”고 말했다. 이어 “고향 팀에서 선수생활을 마감하게 돼 기쁘지만 팀 성적이 좋지않고, 기반도 다져지지 않은 상황에서 떠나게 돼 팬들에게 죄송하고 아쉽다”고 말했다.

은퇴 후에는 휴식을 가진 뒤 내년 터키 프로팀인 트라브존스포르에서 지도자 수업을 받을 예정이다. 트라브존스포로는 이을용이 2002년~2006년까지 활약했던 팀으로 FC서울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세뇰 귀네슈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다.

이을용은 “FC서울에서 뛸 때 귀네슈 감독과 그 아래서 지도자 수업을 받기로 이미 약속했다. 귀네슈 감독이 ‘자신이 터키에 있는 동안은 언제든 괜찮다’고 말해줬다”고 설명했다.

14년 간의 프로생활을 마감하게 된 이을용은 강릉제일고(구 강릉상고)와 실업팀 한국철도, 상무를 거쳐 1998년 부천 SK(현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뒤 서울, 강원FC에서 줄곧 미드필더로 뛰었다. 월드컵 이후 터키 프로무대에서도 활약했고, K리그에서만 13시즌 동안 289경기(13골·12도움)에 출전했다.

대표팀에서는 1999년 3월 브라질과의 평가전에서 데뷔해 2007년 아시안컵 예선까지 9년 동안 51경기에서 3골을 기록했다.

특히 그는 2002년 월드컵 당시 한국축구가 월드컵 사상 첫 승을 거뒀던 폴란드와 1차전(2-0승)에서 황선홍의 선제골을 어시스트했다. 또한 미국과 2차전(1-1)에서도 안정환의 동점골을 도왔고, 터키와의 3-4위전(2-3패)에서는 환상적인 왼발 프리킥으로 골을 터뜨려 오래도록 축구팬들이 기억 속에 남아 있다.

2003년 12월 중국과의 동아시아선수권대회 중국전에서는 상대 수비수가 거친 반칙을 하자 이를 참지 못하고 불같이 대응해 이른바 ‘을용타’라는 신조어를 유행시키기도 했다.

그는 축구계의 ‘의리맨’으로도 사랑을 받았다. 지난 2009년 강원FC 창단 때 돈 보다 의리와 보은을 택하며 서울을 떠나 연봉이 낮은 고향팀으로 자리를 옮겨 맏형이자 팀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맡아왔다.

이을용은 “지도자 연수 후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를 키워준 고향팀에서 첫 지도자 생활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강원FC는 23일 이을용의 은퇴 경기 때 ‘프랜차이즈 스타’ 예우 차원에서 성대한 은퇴식을 계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