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은 노동기본권마저 보장받지 못한 채 힘겹게 일하는 노동자들의 일상을 고발하고자 분신자살했다. 그는 하루 16시간씩 일하던 동료 여공이 폐렴에 걸리자 가차없이 해고하는 회사를 보면서 ‘사람이 사람을 기계 부속품처럼 여기는 것이 올바른 세상인가’라는 의문을 가지게 됐다. 그는 ‘바보회’라는 모임을 만들어 그 의문에 대한 성찰을 시작한다.

‘바보회’라는 이름에 대해 그는 “하루 8시간 노동이 법으로 정해져 있는데, 정작 노동자들이 그것도 모르고 16시간씩 일하고 있다. 우리는 바보다. 자신이 바보라는 것을 깨달아야 지혜로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깨달음은 운명처럼 전태일을 죽음으로 이끌어 갔다. 바보인 것을 알아야 지혜로워질 수 있듯이 자신이 죽어야 노동자들이 살 수 있음을 자각한 그는 1970년 11월13일 청계천에서 분신자살한다.

자신을 버리기는 참 어렵다. 그중에서도 고정관념을 버리고 새로움을 채워 넣는 일이 가장 힘들다. 고수일수록 가져야 할 지식이 많아 버리지 못한다.
그러나 오늘 대국을 펼치는 두 대국자는 수많은 바둑지식을 허공에 날려 버리고 새로운 생각으로 반상을 채워간다. 결승5번기 5판이 하나같이 명승부였고, 매판 신형이 나왔다. 두 기사가 얼마나 자유로운 영혼임을 증명하는 사실들이다. 새롭다는 것은 그만큼 발전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백56도 새롭다. 이세돌도 구리를 잘 알지만, 구리 역시 이세돌을 잘 안다는 느낌이 드는 대목이다. 보통은 <참고도>의 진행이다. 흑은 상변으로 집을 넓히고 백은 우상변의 흑진을 유린하는 모습. 그런데 이세돌은 일방가를 싫어한다. 그것을 잘 아는 구리가  이세돌로 하여금 일방가를 건설하도록 유도하는 듯하다. 이세돌이 그것을 거부하면서 반상이 다시 요동친다.

<해설|김만수 7단·후원|비씨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