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커플즈>(감독 정용기) 속 이윤지(27)는 ‘속’을 알 수 없는 여자다. 이윤지가 맡은 애연은 제복이 잘 어울리는 교통경찰. 교통정리 할 때는 똑 부러지지만, 은행 강도를 만났을 때는 “강도 제압은 훈련받은 적 없다”며 뒤로 숨는다. 프러포즈 받은 남자 친구와 헤어진 그녀는 문자 한 통만 남기고 사라진 여자 친구를 찾아다니는 유석(김주혁)과 얽히면서 새로운 인연을 만든다. 유석과 ‘동병상련’을 나누는 것 같지만 뭐가 다른 꿍꿍이가 있다.

“이번 영화 때문에 처음 해본 게 많은데, 우선 경찰복을 처음으로 입었어요. 경찰복 입고 담배 피는 스태프 뒤에 가서 ‘길거리에서 담배피우시면 안돼요’라고 소리치면서 장난치곤 했거든요. 교통정리 하는 연기를 할 때는 차들이 자꾸 제 수신호를 보고 멈춰서 난감했어요. 항간에 사복보다 낫다, 네 옷보다 예쁘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제복이 잘 어울렸어요. 할로윈 때 코스튬으로 입으면 괜찮을 것 같은데 영화 끝나고 제복을 챙기지 못한 건 아쉬워요(웃음).”

영화는 유석과 애연, 유석을 배신하고 바람처럼 떠난 나리(이시영), 나리를 사랑한 유석의 친구 복남(오정세), 사랑을 믿지 않지만 나리에게 빠져버린 병찬(공형진)이 인연과 악연으로 얽히면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처음에는 유석과 복남이 술 마시는 공간이었던 막걸리 집은 알고 보니 유석과 애연과 인연이 시작되고, 복남이 병찬을 만나 곤혹을 치르는 장소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식. 같은 장면이 여러 번 반복되면서 점점 많은 정보를 준다. 그 속에서 같은 연기를 반복해서 보여준 이윤지는 각자 다른 느낌을 주려고 노력했다.

“같은 장면이지만 같은 연기를 보여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애연은 유석을 생각하면서도 뒤로는 말 못할 사연이 있는 인물이거든요. (이)시영 언니와 맞닥뜨리는 장면도 처음엔 순진한 여성의 표정이고, 뒤에는 뭔가 불안한 마음이 나와요. 각 장면마다 조금씩 변화를 줬는데 관객 분들이 미묘한 차이를 알아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따로 촬영하다보니 배우들이 다 같이 만날 기회는 많지 않았다. 오히려 영화 홍보 기간인 요즘, 밀렸던 회식을 성실하게 하고 있다.

드라마 <민들레 가족>에서는 능력 있는 커리어우먼을, <드림하이>에서는 카리스마 있는 교사를 연기한 이윤지는 지난 10월 열린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가슴선과 각선미를 드러낸 블랙 드레스로 화제를 모았다. 특히 근육질의 다리가 이목을 끌었다.

“모두가 많이 신경을 쓰고 나오는 자리니까 저도 긴장했죠. 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는데 과한 노출을 감당 못하는 몸이라 표현이 다 되지 않아서 속상하기도 해요(웃음). 좀 섹시해보이기도 해야 하는데 단아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도 ‘꿀벅지’는 하나 건진 것 같아 좋아요.”

화려한 삶을 살 것 같은 여배우 이윤지는 성실한 학업 생활로 유명하다. 드라마 <대왕 세종>에 출연 중이던 중앙대 연극영화과 재학 당시, 가채 분장을 하고 시험에 참석해 화제를 모았다. 드라마 촬영을 하면서도 수업과 시험에 빠지지 않아 ‘올A’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대학원 수업도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는데, 화보를 찍고 폭탄 머리에 짙은 눈 화장 그대로 출석해 학우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화보 분장을 하고 가서 뒤에 앉아있으면 늦게 온 학생이 뒷문을 열었다 저를 보고 깜짝 놀라 도망친 일도 있어요. 그래도 없는 학구열이 있는 것처럼 소문이 나서(웃음) 배려를 많이 받았어요. 영화 제작진들이 ‘수업을 빠지면 안 되는 아이’로 인식해 스케줄을 조정해주셨거든요. 성실함에 의의를 의의를 두고 열심히 다니고 있어요.”

섹시한 의상을 단아하게 소화할 수도 있고, 드라마에서는 카리스마 있게, 영화에서는 사랑스럽고 귀여운 역할을 맡는다. 관객과 시청자들로 하여금 ‘속’을 알 수 없게 만드는 이윤지. 앞으로 더 욕심 부리고 싶은 분야는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제가 가져보지 못한 게 너무 많다는 게 너무 든든해요. 가져야 할 것이 많이 보이니까 그걸 보면서 배부르다”면서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