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손예진(29)이 연기를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올해는 좀 특별하다. 다음 달 1일 개봉하는 영화 <오싹한 연애>(감독 황인호)에서 공포연기도, 수중연기도 처음 해봤기 때문이다. <오싹한 연애>는 독특한 제목이 시사하듯 공포를 가미한 로맨틱 코미디 물이다.

“두 가지 장르가 혼재되어 있다 보니 제가 맡은 여리 역은 보통 로맨틱 코미디 여주인공과는 좀 달라요. 갑자기 귀신을 보는 능력이 생겨서 가족들도 떠나고 친구들도 못 만나죠. 텐트를 치고 혼자 살면서 음산한 기운을 내죠. 마술사 조구(이민기)가 여리를 보고 호러 마술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고 여리에게 보조 마술사를 제안하면서 세상 밖으로 나오게 돼요.”

여리는 조구 때문에 억지로 참석한 회식에서 주사(酒邪)를 부리게 되고, 두 사람은 독특한 연애에 빠진다. 손예진은 이 영화로 공포 연기에 처음 도전했다. (귀신은 CG로 입히기 때문에) 아무 것도 없는 것을 보고 놀라는 연기는 어렵지만 신선했다. 3m 깊이의 수족관에서 펼친 수중 연기도 첫 도전. 물을 워낙 좋아해서 쉬울 줄 알았는데, 발이 땅에 닿지 않는 상황에서 눈을 떠야 해서 공포감이 일었다. 고생담을 말하면서도 손예진의 웃음은 끊이지 않았다. 추운 겨울, 입김 때문에 얼음을 물고 연기했던 일을 떠올리며 “그 추운 날 여리는 왜 야외카페에서 차를 마신거냐”며 웃었다.

영화로 처음 만난 이민기와는 연인 연기를 했다.

“정말 추운 날이었는데 (이)민기는 셔츠만 입고 있었어요. 저는 좀 두껍게 입어도 되는 상황인데, 민기는 덜덜덜 떠는 게 보이더라고요. 그 와중에 여리가 술주정을 하다가 조구의 셔츠를 찢고 두 사람이 키스를 나누는 장면이었는데, 민기는 춥다고 떠는데 셔츠도 한 번에 찢어야 하고 키스도 해야 하니까 얼마나 정신이 없겠어요. 키스에 집중 할 수가 없었죠(웃음). 다행히 두 번 만에 오케이 사인을 받았어요.”

손예진은 키스신에 대한 질문에 “12세 관람가인데 뭘 기대하신거냐”며 기자를 타박했다. 눈을 찡긋거리는데 사람의 혼을 빼놓는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 속에 꼭 나올 법한, 술 마시고 귀엽게 주정하는 모습도 나온다. 손예진이 호평받았던 연기인데, 술을 잘 못 마시는 대신 술자리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관찰해 온 것이 비결이다. 취하지 않을 척 할 때 혀 꼬부러진 소리가 나는데, 어색하지 않게 꼬부러지는 적정선을 지키는 게 노하우란다.

서른 살의 길목에 서 있는 손예진은 “계절이 와 닿을 때” 나이가 먹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 인터뷰를 한 날은 유독 은행잎이 흐드러졌다. 그는 “채워지지 않은 외로움은 결혼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카메라 앞에 서면 특히 외로워요. 힘든 신을 찍을 때는 현장에 가고 싶지가 않고, 누가 대신 연기해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하지만 근원적인 외로움은 결혼을 해도, 아이를 낳아도 모두 가지고 있는 거잖아요. 요즘은 나만 외로운 게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어 오히려 편해졌어요.”

손예진은 이달 말까지 김지훈 감독의 <타워>를 촬영하고, 영화를 통해 중국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타워>가 화재현장을 다룬 영화라 주인공들이 많아요. 처음으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주인공인 작품을 하는데, 카메라가 저나 남자주인공을 위한 게 아니라 다수의 주인공을 잡고 있다는 게 이상했어요. 그런데 이젠 ‘평생 직장’이었으면 좋겠다고 할 정도로 동지애를 느끼고 있죠. 처음으로 느낀 기분이에요. <타워>가 끝나면 중국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 같아요. 이것 역시 배우 손예진에게는 첫 도전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