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숨기는 성격이 아니라니까요.”

‘도마의 달인’ 양학선(20·한체대)이 2일 한 언론사 시상식에서 깜짝 사고(?)를 친 뒤 꺼낸 말이다.

양학선은 이날 연상의 연인 정지혜씨(24)를 공개했다. 자신이 수상자로 호명되자 단상에 오른 정씨와 포옹하며 다정한 장면도 연출했다.

보통 운동선수는 결혼을 앞두고 연인과 함께 공개석상에 등장한다. 미리 인사를 한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만으로 스무 살인 양학선에게 결혼은 아직 먼 이야기. 더군다나 두 사람은 이제 막 서로를 알아가는 시기다. 정씨는 “지인을 통해 만나게 됐다”면서 “아직 사귄 지는 130여일밖에 안됐다”고 했다.

양학선은 이에 대해 자신이 숨기는 성격이 아니라 그런 것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여자 친구도 허락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양학선의 행동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연인을 공개함으로써 더 큰 관심을 받아 자신을 구석까지 몰아넣겠다는 것이다. 언론과 인터뷰에서 거침없이 금메달이 목표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자신을 향한 채찍질이다.

양학선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정상에 오른 뒤 작년 세계선수권에서도 압도적인 기량으로 우승, 단숨에 런던 올림픽 금메달 후보로 자리매김했다.

양학선은 런던 올림픽까지 공중에서 세 바퀴를 도는 ‘양 1(난이도 7.4)’의 완성도를 95~100%까지 높이는 것이 목표다. 반 바퀴를 더한 ‘양 2’를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이를 위해 양학선은 지옥 훈련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에는 왼쪽 손목과 발목이 아파 정상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다. 양학선은 “다음 주부터는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가야 한다”면서 “이젠 ‘죽었다’는 각오로 페이스를 끌어올리겠다. 나는 한계까지 몰려야 더 잘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자친구 정씨는 이런 양학선이 못내 안쓰러운 눈치다. 보약이라도 한 재 지어주고 싶지만, 도핑 문제로 먹을 수 없어 답답할 따름이다. 이에 양학선은 “태릉선수촌에서 운동에 전념하느라 여자 친구는 주말에 한 번 만나지만 그 때마다 의지할 수 있는 안식처 같은 느낌을 받는다”면서 고마움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