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제, 선택적 셧다운제, 쿨링오프제 등 이른바 '규제 3종세트'를 피해 온라인 게임업계가 '18세 이용가' 게임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이런저런 규제와 간섭을 받으며 전력을 소모하기 보다 운신이 자유로운 성인용 게임에서 승부를 보자는 전략이다.

■성인게임 비중 올려

전통적으로 온라인 게임업계의 최대 성수기는 방학, 그것도 실외 활동이 적은 겨울방학이었다. 업계는 학생들의 방학 시즌에 맞춰 신작을 발표하거나 다양한 이벤트로 이용자들을 끌어모았다. 그러나 최근들어 이같은 성수기 개념이 사라지고 있다. 지난 1월 게임물등급위원회(게임위)를 통해 등급분류를 받은 온라인 게임은 모두 46편. 지난해 103개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이중 청소년이용가 게임은 불과 25편만이 심의를 통과했다. 청소년용 게임의 비중도 지난해 1월 64%에서 54%로 줄었다. 반면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은 16편으로 숫자 자체는 줄었지만 비율은 26%에서 34%로 늘어났다. 신작 출시가 줄어드는 추세 속에 성인 게임만이 상대적으로 세를 키워가는 모양새다.

■업계의 트렌드?

CJ E&M 넷마블은 최근 게임위에 신작 MMORPG <리프트>의 재등급 분류를 요청해 눈길을 끌었다. 당초 18세 이용가로 게임 등급분류를 신청했으나 15세 이용가로 판정받자 콘텐츠 일부를 수정해 등급을 높여달라고 재신청 한 것이다. 이는 더 많은 이용자 층을 확보하기 위해 가능한 한 이용연령을 낮추려 안간힘을 쓰던 과거의 입장과는 정반대되는 행태다.

블리자드의 신작 <디아블로3>도 지난 1월 18세 이용가를 받았다. 이 게임은 영국과 호주에서는 15세 이용가를 받았으며 독일에서는 16세 이상 이용 가 등급을 받았다. 2년전만 해도 블리자드는 18세 등급을 받은 <스타크래프트2>의 등급을 낮추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또 라이브플렉스도 지난해 15세 이용가를 받은 <징기스칸 온라인>을 18세 이용가로 바꾸기 위해 재심의를 받았다. 특히 라이브플렉스는 <드라고나 온라인> 등 자사 게임 전부를 성인 게임 중심으로 바꿨다. 이밖에 올 시즌 최고의 기대작 <블레이드앤소울>도 18세 이용가를 목표로 제작되고 있으며, 캐주얼 게임의 강자 넥슨도 <불멸 온라인> 등의 신작을 통해 성인용 게임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속 편하고 수익까지 좋아

성인용 게임의 증가는 무엇보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정부의 규제가 가시화된 지난해, 시장에서는 <테라> <다크블러드> <워베인> 등이 잇따라 성공하면서 성인용 게임으로도 충분히 승부를 걸 수 있음을 입증했다.

성인용 게임은 다양한 규제를 피할 수 있는데다 이벤트나 홍보를 할 때도 상대적으로 운신의 폭이 넓다. 여기에 그동안 게임을 주로 즐겼던 게이머들의 중심 축이 20대 이상으로 올라가며 성인용 게임의 수익성이 크게 높아졌다는 것도 주요한 이유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성인 게이머들은 게임 아이템 구매 비중이 높아 직접적인 매출 기여 효과가 크다. 여기에 자신이 즐기는 게임에 대한 충성도도 높고 콘텐츠 표현이 자유로워 게임내 간접 광고 등에서도 효과가 큰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 규제와 함께 성인용 게임의 가치가 재발견되면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업계 트렌드가 이동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같은 현상이 지속될 경우 자칫 미래의 고객층을 잃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