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80년대 암흑가의 황제 노릇을 해왔던 조양은과 김태촌의 시대는 이제 저물었는가.

경찰청은 지난 2월부터 이달 11일까지 조직폭력배 특별단속을 통해 881명을 검거하고 그 중 175명을 구속했다고 15일 밝혔다. 지난해 인천 장례식장 조직폭력배 난동을 계기로 10월부터 연말까지 실시한 특별단속에서 1060명을 검거해 140명을 구속한 것과 비교하면 검거는 16.9% 줄었지만 구속은 25% 증가했다.

양은이파의 두목 조양은과 범서방파의 두목 김태촌 등 거물급 조폭들도 경찰이 수사를 받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폭력조직인 범서방파 두목 김태촌(63)은 청부폭행 혐의로 조사를 받던 중 쓰러져 병원에 입원한 상태다. 또 해외도피 중인 양은이파 두목 조양은(61)은 금융권 대출 사기에 가담한 정황도 드러나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경찰은 현재 김태촌의 병세가 가볍지 않고 조양은의 귀국도 쉽지 않아 사실상 두 조직의 세력이 크게 약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전방위 수사를 통해 양대 폭력조직을 척결하겠다는 것이 경찰의 입장이다.

조양은과 김태촌은 조폭세계의 대표적인 라이벌이었다. 횟칼을 들고 상대방을 난자하기 시작한 것도 조양은 이후부터다.

1970년대 중반 당시 최고의 조직은 신상파였다. 당시만 해도 ‘일대 일’로 맞짱을 뜨는 것이 불문율이었다. 칼 같은 흉기를 사용하지 않던 주먹들의 시대였다.

1975년 범호남파 두목 오모씨 밑에서 행동대장을 하고 있던 조양은은 신상사파와 주먹 선배들의 신년하례회장을 급습했다. 두목 신모씨는 당시 화장실에 있어서 화를 모면했지만 조양은과 행동대원들은 당시 주먹계의 선배들을 몽둥이와 횟칼로 쓰러뜨렸다. 이후 신상사파는 몰락의 길을 걷게 됐다.

이듬해인 1976년 김태촌은 범호남파의 두목이자 조양은의 보스인 오모씨를 습격했다. 그는 횟칼로 오씨를 찔러 그를 불구로 만들었다. 이후 조양은은 양은이파를 세웠고, 서방파의 보스 김태촌은 서로 쫓고 쫓기는 세 대결을 벌인다. 두 사람은 상대방을 쓰러뜨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암살조를 보냈다는 얘기도 있다. 그러다가 둘 다 검거돼 서울구치소에서 함께 방을 썼다고 한다. 두 사람은 결국 감방에서 화해를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후 서울의 암흑가는 조양은과 김태촌, 그리고 두사람이 구속된 틈을 타서 세력을 확장한 OB파가 분할하게 된다. 그러나 1980년대 신군부가 집권하면서 조폭 소탕령이 내려졌고 이후 암흑계의 두 보스인 조양은과 김태촌은 함께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조양은은 신군부에 잡혀가 15년 선고를 받고 복역을 했고, 이후 기독교에 귀의했으나 다시 폭력조직을 만들었다는 혐의를 받았다. 김태촌은 영화배우 권상우를 협박한 혐의로 구설에 올랐다.

두 사람은 주먹의 시대를 끝내고 횟칼과 몽둥이를 끌어들였다. 칼로 암흑가를 지배했던 그들의 시대도 이제 저물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