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용산에 간다. 시사회가 열리는 극장이 거기 있기 때문이다. 화려한 용산역사를 비롯해 미끈한 높은 건물이 들어선 그 지역은 과거의 흔적을 가열차게 지워내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2009년 이후로 그 동네를 향하는 발걸음이 한번도 편했던 적이 없었다. 올해 초 많은 관객을 끌어 모았던 <화차>에서 선영(김민희)이 한 줌도 안되는 그 가녀린 몸을 용산역 옥상에서 던질 때 기묘한 데쟈뷔를 경험하는 듯 했다.

용산참사가 일어난 지 벌써 3년이 지났지만 그 사건을 둘러싼 진실에는 여전히 뿌연 연기가 가득하고 악취가 진동한다. 다큐멘터리 <두개의 문>(감독 김일란·홍지유)은 용산 재개발 철거민들이 강제철거에 저항하며 남일당 건물 옥상에 망루를 지었던, 그리고 25시간 만에 싸늘한 시신이 되어 내려왔던 2009년 1월 19일로 관객들을 데려다 놓는다.

“생지옥과 비교될 상황”속에서 철거민 5명과 경찰 특공대원 1명이 사망했지만 정작 살아남은 자들은 범죄자가 되어 감옥으로 향해야 했던 이상한 사건, 그리고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그 상처 속으로 말이다. 사건 당일의 무전, 법정 진술, 꼼꼼한 인터뷰 그리고 과장 없는 재연을 통해서 그 끔찍한 25시간을 온몸으로 체험하게 만드는 이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이상하게도 눈물이 흐르지 않았다. 마침내 망루에 불이 붙고 영화의 온도가 올라갈수록 내 심장은 뜨거워지기보다는 점점 냉정해졌다.

이 영화는 철거민들에 대한 동정을 요구하는 눈물 어린 방식 대신 그날 사건에 투입된 경찰특공대 역시 또 다른 피해자로 놓고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리고 왜 그토록 서둘러서 무리한 진압작전을 감행했어야 했나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그날 경찰특공대가 처음 옥상에 도착했을 때 망루로 진입하기 위해서 ‘두개의 문’ 중 어디로 들어가야 하는지 조차 모르는 상태였다. 영화는 그것이 “그날의 작전 자체가 우발적이고 위험을 내포하고 있었다는 것”의 증거라고 말한다. 그리고 얼굴도 목소리도 등장하지 않지만 이 사건의 진짜 범인이 누구인지를 지목한다. “쌍용에서 그와 유사한 진압을 하고 나서 경찰이 성공적인 진압이었다고 자축했던 건 사람이 안 죽어서다. 야만의 정도가 계속 강해지는 거다. 용산을 딛고서 이 국민이 여기까지 참아주는 구나, 라는 걸 본 거다. 그게 정말 몹쓸 교훈이 돼버린 것”이라는 말이 영화가 끝난 후에도 계속 귓전을 맴돈다. 21일 극장에는 <두개의 문>이 열린다. 더 이상 닫아둘 수 없는 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