쏠쏠한 자원들을 보니 솔깃해진다.

최강희 축구대표팀 감독(53)이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잠비아와의 평가전에서 K리거들의 힘을 새삼 실감했기 때문이다. 다음달 11일 열리는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3차전 우즈베키스탄과의 원정경기에 나설 태극전사 선발 때까지 머리가 좀 아프게 생겼다.

잠비아전에 나선 K리거들은 대체적으로 만족스러운 활약을 펼쳤다. 이근호(27·울산) 이동국(33·전북) 곽태휘(31·울산) 등 기존 선수뿐 아니라 김형범(28·대전) 정인환(26·인천) 신광훈(25·포항) 김진규(27·서울) 등 최강희팀에 새롭게 발탁된 선수들도 제 몫을 다했다.

특히 새 얼굴들의 활약이 눈에 띄었다. 최 감독의 제자인 김형범은 날카로운 킥과 크로스는 물론 활발한 측면 공격 가담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박지성(31·QPR)이 은퇴했지만 측면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는 김보경(23·카디프시티) 이청용(24·볼턴) 이근호 등이 버티고 있어 대표팀에서 새 얼굴이 비집고 들어가기가 쉽지 않은 곳이다.

하지만 해외파들이 제때 합류하지 못할 경우와 기존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예비 대체 자원을 항상 눈여겨봐 왔다. 김형범의 활약은 최 감독과 축구팬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잦은 부상의 불운을 딛고 일어선 그가 K리그에서 계속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대표팀 백업요원으로 경쟁할 만한 것으로 평가된다.

수비 라인에도 새 얼굴이 눈에 띄었다. 이틀간 손발을 맞추고 경기를 치러 전반적인 호흡이 다소 맞지 않았지만 새로운 수비수들은 나름대로 경쟁력을 과시했다. 데뷔 후 처음 태극마크를 단 정인환은 중앙 수비로 뛰다 수비형 미드필더로도 뛰는 등 멀티 능력을 자랑했다. 187㎝의 장신 수비수인 정인환은 상대 공격수에 밀리지 않는 몸싸움 능력과 세트피스에서는 과감한 공격 가담을 보이며 ‘골 넣는 수비수’로서의 가능성도 보였다.

대표팀에는 부동의 중앙수비수 곽태휘·이정수(32·알사드) 조합이 있지만 정인환은 제3의 옵션이 될 만한 능력을 선보였다. 모처럼 대표팀에 복귀한 김진규도 특유의 대포알 중거리 슈팅 능력을 선보이며 건재를 알렸다. 또한 처음 태극마크를 단 신광훈도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활발한 플레이를 펼치며 축구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잠비아전에 활약한 K리거들 외에 올림픽팀의 K리거들 중에도 A대표팀에 뽑힐 만한 자원이 있다. 측면 수비수 김창수(27·부산) 윤석영(22·전남) 오재석(22·강원) 등이 올림픽 내내 좋은 활약을 펼쳤고, 기성용(23·셀틱)과 호흡을 맞춘 박종우(23·부산)도 충분히 발탁될 수 있는 기량을 선보였다.

최강희 감독은 “K리거들도 언제든지 잘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대표팀의 저변이 확대되고, 경쟁력이 더 높아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