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특급’ 박찬호(39·한화)와 ‘나이스가이’ 서재응(35·KIA)이 26일 대전구장에서 사상 첫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한국인 메이저리거 가운데 유이하게 100경기 넘게 등판한, 형님들의 대결이었다.

6년 만이다. 둘 다 메이저리그에 있던 2006년 6월14일, 박찬호는 샌디에이고 선발로, 서재응은 LA 다저스 구원투수로 등판해 만났다. 당시 박찬호가 6이닝 3안타 5삼진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고, 서재응은 1이닝 2안타 1삼진 3실점으로 부진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단 한 번 만난 이후, 사상 처음으로 둘의 선발 맞대결이 한국에서 펼쳐졌다.

30대 후반의 형님들은 최고시속 145㎞를 나란히 찍으며 공격적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승부는 투구수에서 갈렸다. 서재응의 완승이었다.

■서재응, 5회까지 61개

서재응은 이번 시즌 가장 효율적인 피칭을 했다. 5회까지 61개를 던지고 5이닝 3안타 2삼진 무실점을 기록한 뒤 5-0으로 앞선 6회말 불펜으로 공을 넘겼다.

1·2·4회를 삼자범퇴로 끝낸 것이 효과적이었다. 9타자를 상대해 삼진은 1개, 땅볼과 플라이로 유도하며 맞혀잡았다. 61개를 던지는 동안 스트라이크가 무려 43개였다.

3회에는 선두타자 최진행을 우전안타로 출루시켰지만 다음타자 신경현을 2루 땅볼로 유도, 병살 처리했다. 시종일관 공격적인 피칭을 했다.

유일한 위기는 5회였다. 1사 후 이대수와 김경언을 차례로 안타로 내보냈다. 1사 1·2루 위기에서 최진행에게 최대한 바깥쪽으로 승부했으나 4개나 파울을 걷어내자 7구째 127㎞ 슬라이더를 낮게 떨어뜨려 헛스윙 삼진으로 잡았다. 이어 왼손 대타 연경흠에게는 2구째 143㎞ 직구로 중견수 플라이 처리, 위기를 벗어났다.

61개밖에 던지지 않았지만 어차피 승부가 갈린 상황. 팔꿈치가 약간 뭉친 서재응은 무리하지 않고 5이닝 만에 마운드를 내려왔고, 시즌 6승째를 가볍게 챙겼다.

서재응은 “(박)찬호 형과 1998년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서 선발 대결한 적 있다. 그 때는 내가 투런홈런 맞고 졌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찬호 형 같은 대선수와 맞대결한다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다. 내게 메이저리그 꿈을 심어준 선배”라며 “많은 이닝 던지고 싶었는데 4회부터 팔꿈치가 좋지 않아 벤치에 얘기했다. 그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박찬호, 2회+4회=64개

최근 팔꿈치가 좋지 않아 등판을 하루 미뤘던 박찬호는 너무 많이 던졌다. 4.1이닝 만에 104개를 던지고 5안타 3볼넷 5실점을 기록했다.

1회 삼자범퇴로 가볍게 출발했지만 2회 김상훈에게 3점 홈런을 맞고 일찍 승부를 내줬다. 2회에만 30개를 던져 43개가 됐다.

3회를 삼자범퇴로 넘긴 박찬호는 4회 다시 위기를 맞았다. 2사 후 볼넷 2개에 2루타 하나를 맞으며 만루 위기에 몰렸다. 그 사이 투구 수는 이미 90개가 돼버렸다.

9번 이준호를 삼진으로 잡아 실점 없이 넘겼지만 95개를 던진 박찬호는 5회초 이용규에게 좌전안타, 김선빈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100개를 넘겼다. 김원섭의 초구 희생번트 뒤 1사 2·3루 위기에서 교체됐다.

이용규와 조영훈, 나지완이 박찬호를 괴롭혔다. 이용규는 3타석에서 15개, 나지완과 조영훈은 각각 2타석에서 14개, 15개를 던지게 만들었다. 박찬호는 이들 3명에게만 총 7타석에서 44개를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