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열반을 가르는 마지막 날, 예상대로 한 편의 드라마가 나왔다. 그러나 주인공은 예상과 달랐다. 8위 인천도, 9위 대구도 아니었다. 이들이 비기거나 져야 한다던 10위 경남이었다.

최진한 감독이 이끄는 경남이 26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K리그 30라운드 광주와의 홈경기에서 2-1 역전승을 거뒀다. 승점 3점을 보탠 경남은 제주와 0-0으로 비긴 인천, 서울에 0-2로 패배한 대구를 제치고 8위에 올라 극적으로 상위 스플릿에 진출했다. 시도민구단으로는 유일한 8강 입성이기에 더욱 의미가 깊었다.

지난 23일 부산과 홈경기에서 1-0으로 신승을 거둔 최 감독은 광주전에 대한 기대감을 키워왔다. 지금껏 경남이 광주만 만나면 승승장구(3전 전승) 해왔으니 자신감은 하늘을 찔렀다.

경기 전 최 감독은 “일단 광주를 이기고 보겠다. 다른 팀들의 경기는 그 뒤에 생각할 문제”라고 비장한 각오로 말했다. 8위를 놓고 경쟁하는 인천과 대구가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대들과 경기하는 만큼 극적인 뒤집기도 가능하다는 분석이었다.

그의 분석과 바람대로 드라마가 흘러갔다. 경남은 전반 33분 광주 김은선에게 선제골을 내줬지만 이는 오히려 극적인 반전을 위한 프롤로그였다. 경남은 후반 시작과 함께 화려하게 비상했다. 후반 7분 고재성이 간절히 기다리던 동점골을 터뜨렸다. 후반 18분엔 최현연이 왼발 발리슛으로 광주의 골망을 흔들었다. 그 시간까지 인천과 대구가 졸전을 하고 있다는 소식에 경남팬들의 함성은 더욱 드높았다.

인천, 대구는 힘없이 무너졌다. 인천은 제주의 골문을 향해 슈팅을 10개나 날리고도 득점을 기록하지 못했고, 대구는 서울 원정에서 두 골을 내주며 무릎을 꿇었다.

경남이 만들어낸 드라마를 더욱 빛낸 것은 그간의 고난이었다. 경남은 지난 6월 버팀목이었던 메인스폰서 STX가 지원 금액을 절반으로 뚝 잘라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 탓에 경남은 상하위 스플릿으로 갈라지는 중요한 시기에 투자에 어려움을 겪었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선수를 한 명도 영입하지 못한 구단은 경남이 유일하다.

그러나 경남은 무너지지 않았다. 하나로 똘똘 뭉쳐 위기를 극복했다. 매 경기를 주전들로 치르다보니 체력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대신 단단한 조직력으로 결국 기적을 일궜다.

경기가 끝난 뒤 눈시울을 붉힌 최 감독은 “우리는 시련을 잘 극복하는 팀이다. 이런 기세라면 울산과 FA컵 4강전에서도 좋은 결과를 기대해 볼만하다”며 “이 경기에서도 이긴다면 우리의 안방에서 결승전을 치른다. 첫 우승도 노려볼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