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가 저리네요.”

한화 한용덕 감독대행(47)이 멋쩍게 웃었다. 감독대행이 된 후 5경기를 치렀다. 한 대행은 전 경기를 서서 지휘했다. 덕아웃의 감독 의자는 주인 없이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전임 한대화 감독에게 예우를 갖추기 위해 남은 시즌 경기를 모두 서서 치르겠다고 선언한 한 감독대행의 결심은 그대로 지켜지고 있다.

감독대행을 맡은 후 첫 날인 8월 29일 경기는 현역 때 선발 등판하던 날과 긴장감이 비슷했다. 취재진과 인터뷰도 익숙하지 않아 덕아웃 바깥쪽으로 나와 이야기를 나눴다.

6일 대전 롯데전을 앞두고는 덕아웃 안에서 취재진을 맞이했다. 여전히 그는 의자에는 앉지 않았다. “그래도 이제는 이 쪽(덕아웃 안)에서 이야기할 수는 있네요”라며 조금 여유를 보였다.

사람인지라 다리가 저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감독대행을 맡은 뒤 수면시간도 2~3시간 정도로 줄었다. 어차피 못 잘 바에야 아침마다 보문산을 오르면서 다리를 단련한다. 35분 정도면 정상에 다다른다. 그리고 나서 경기를 시작하려고 하면 순간 피곤이 몰려온다. 그 때는 커피를 마시며 이겨낸다.

그래도 감독 의자에 앉지 않겠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다만 변수는 있었다. 주위에서 ‘만약 더블헤더가 되면 어떡하냐’고 묻자 한 대행도 눈이 동그래지며 “그걸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하며 웃었다.

상대편 덕아웃의 양승호 감독도 2006년 LG 감독대행 시절을 떠올렸다.

“나는 아예 감독실에 들어가지 못했어요. 코치실에 앉아있다가 손님이 오시거나 하면 가고. 코치들이 불편해하니까 감독실을 쓸 수밖에 없는데 그 때는 책상도 안 썼었어요.”

양 감독은 날짜까지 정확히 기억했다. 2006년 6월 5일부터였다. 수석코치였다가 전임 이순철 감독이 물러나 대신 지휘봉을 잡았다.

당시 양 감독도 감독 의자에 앉지 못했다. 양 감독은 “나는 무릎이 안 좋아서 오래 서있지는 못하겠더라”며 웃음짓더니 “대신 다른 의자를 가져와서 앉았다. 한용덕 대행은 평소 웨이트를 많이 하니까 괜찮을 것이다”고 말했다.

두 사람뿐 아니라 감독대행들은 감독 의자에 섣불리 앉지 못했다. SK 이만수 감독도 지난해 감독 대행을 맡았을 당시에는 서서 선수들을 독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