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황당한 아홉수다.

장성호(35)가 아찔한 부상을 당했다. 프로야구 최연소 통산 2000안타 대기록도 뒤로 미뤄졌다.

장성호는 16일 현재 통산 2000안타에 1개를 남겨둔 1999안타를 기록하고 있다.

장성호가 2007년 10년 연속 3할을 놓친 뒤 가장 기다려온 것이 통산 2000안타 기록이다. 8월 초 13개를 남겨놓고 5경기 연속 무안타에 빠진 장성호는 9월 초에도 6개를 남겨놓고 7경기 연속 무안타로 부진했다. 두 차례 슬럼프를 벗어난 뒤 드디어 바로 코앞에 대기록의 기회가 다가왔다.

‘-3’이던 14일 목동 넥센전에서 2안타를 치며 1999개째를 기록한 장성호는 15일에는 좌완 선발 강윤구를 맞아 선발에서 제외됐다. 경기 후반 대타로 한 타석 나섰으나 김병현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고 외야플라이로 물러났다.

16일 목동 넥센전에서 제대로 도전해 보려던 참이었다. 장성호는 “기다려 온 기록인데 얼마 남겨놓지 않고 두 번 슬럼프를 겪어서 생각보다 많이 늦어졌다. 이왕이면 홈경기에서 치고 싶은데 기회가 오는 대로 빨리 치겠다. 하지만 기록 때문에 타석에서 서두르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뜻밖의 사고를 당했다. 이날 경기장에 도착한 뒤 몸을 풀기 위해 외야로 향했다. 한화 다른 선수들이 이미 워밍업을 시작한 상태에서 장성호는 몇 분 늦게 합류했다.

보통 원정 팀이 외야에서 몸을 푸는 시간은 홈팀 선수들이 한창 타격훈련을 하는 시간이다. 가끔 몸을 푸는 원정 선수들을 향해 타구가 날아가 맞기도 해 양 팀 모두 신경 쓰며 훈련한다.

그런데 장성호가 뒤에서 날아오는 공을 못 봤다. 베팅케이지에서 훈련하고 있던 넥센 김민성의 타구가 혼자 뛰어가던 장성호의 머리에 정통으로 맞았다.

순간 장성호는 머리를 잡고 쓰러졌고 놀란 한화 트레이너들과 코치들이 달려와 장성호의 상태를 살폈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다.

장성호는 잠시 쓰러져 있다 곧 일어나 선수들과 함께 몸을 풀었으나 ‘만약’을 대비해 병원으로 이동해 정밀검사를 받았다.

목동구장 근처 이대목동병원에서 엑스레이와 CT 촬영까지 받은 결과, 맞은 부위에 타박상을 입었지만 다른 이상은 없는 것으로 진단받았다.

병원을 다녀온 장성호는 멋쩍게 웃으며 “순간 놀랐지만 괜찮아서 그대로 몸을 풀러 갔는데 (김)태균이가 ‘머리를 맞았으니 바로 가서 검사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 말을 들으니 그때부터 어지럽기 시작해 병원에 갔다”고 말했다.

이어 “(김)민성이가 놀란 모양이다. 와서 ‘죄송하다’고 말하기에 ‘네가 뭐가 죄송하냐. 못 본 내가 잘못이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사고로 장성호는 결국 대기록 달성을 다음 경기로 미뤘다.

큰 부상은 아니지만 한화 코칭스태프는 부상 여파를 우려해 ‘보호’ 차원에서 장성호를 이날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했다.

한 번 기회는 왔다. 2-0으로 앞선 6회초 1사 1·2루 9번 하주석 타석에 대타로 출전했다. 그러자 넥센이 사이드암 한현희를 좌완 박성훈으로 교체했고, 박성훈은 대기록을 앞둔 장성호를 상대로 볼만 4개를 던져 안타 칠 기회를 주지 않았다.

1루에 나간 장성호는 다음 타자 오선진 타석에서 초구 이후 코칭스태프의 지시로 대주자 한상훈과 교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