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26·넥센)가 ‘20(홈런)-20(도루)클럽’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16일 현재 20홈런 이상 친 선수 가운데 도루 10개를 넘긴 선수는 박병호와 강정호, 최정(SK·13개)뿐이다. 이번 시즌 아직 나오지 않고 있는 ‘20-20클럽’을 노릴 수 있는 후보들이다.

이 가운데 박병호가 가장 뜻밖이다.

박병호는 16일 현재 홈런 28개로 최다홈런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 박석민(삼성·23개)과 5개 차로 벌어져 있어 데뷔 후 첫 홈런왕 타이틀에 가까이 다가서 있다.

뜻밖에 도루도 16개를 기록했다. 22차례 시도해 16번 성공했으니 성공률도 나쁘지 않다.

성남고 시절부터 고교야구 최초 4연타석 홈런을 날리고 학교 유리창을 수없이 깨뜨린 박병호는 2005년 프로 데뷔 뒤에도 ‘한방’을 노리는 장거리 타자로 활약해 왔다.

상무를 거쳐 군에서 복귀한 뒤 넥센으로 이적해 4번타자를 맡은 박병호는 처음으로 풀타임 선발로 뛰며 대한민국 거포로 무럭무럭 성장했다.

그런데 도루가 16개나 됐다. 상무에 있던 2년을 제외하고 지난해까지 5년 동안 성공한 도루는 모두 11개였다. 이번 시즌에만 가뿐히 개인기록을 뛰어넘었다.

넥센 김시진 감독은 “별 문제 없으면 상황에 따라 박병호나 강정호도 뛰라고 하고 있다. 남은 경기를 보면 수치상 20도루도 가능하다. 다만 도루 하려다 부상당할 위험이 있는 것은 걱정”이라며 “다른 팀도 전에는 박병호가 출루하면 견제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뛴다는 것을 아는 듯하다”고 말하고는 웃음을 지었다.

김 감독의 말대로 변신한 박병호의 20도루 가능성은 충분하다. 16일 한화전을 마친 넥센은 15경기를 남겨 놓고 있다. 15경기에서 4차례만 더 뛰면 된다.

박병호는 “사인이 나올 때만 뛴다. 염경엽 코치님이 사인을 주실 때만 뛰니까 마음이 편해 성공률도 높은 것 같다”며 “20-20 하려면 도루가 4개 남았는데 솔직히 올해 아니면 기회는 없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괜히 뛰다 부상이라도 당하면 팀에 민폐만 된다. 앞으로도 사인이 나올 때만 뛰겠다”고 말했다.

결국 박병호의 ‘20-20 클럽’ 가입 여부는 염경엽 코치에게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