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원(27·두산)이 미쳤다. 롯데 양승호 감독이 가장 두려워 하던 그 선수. 분위기 메이커 오재원의 활약은 두산에게 호재가 틀림없고, 롯데에겐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오재원은 1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2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3차전 7회초 4-2로 달아난 뒤 계속된 1사 1·2루에서 바뀐 투수 좌완 강영식을 상대로 중견수 키를 넘기는 2타점 3루타를 쳤다. 쐐기타를 때려낸 오재원은 특유의 파이팅 넘치는 제스처로 두산의 승리를 예감케 했다.

두산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배수진을 쳤다. 홈에서 2패를 당한 뒤 부산 원정에 나선 두산에게 ‘내일’의 여유를 부릴 틈이 없었다. 1패는 곧 탈락이었다.

김진욱 감독은 롯데에 강한 면모를 보였던 이용찬을 3차전 선발로 냈고, 4차전 선발로 남겨둔 김선우를 포함해 전원 불펜대기시켰다.

타순에도 변화를 줬다. 2번 타순에서 잘 쳤던 오재원을 6번으로 내렸다. 김 감독은 “오재원이 잘해주고 있지만 하위 타선을 강화하기 위해 자리를 바꿨다”며 키플레이어로 지목했다. 준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 때 롯데 양승호 감독이 “이번에는 제정신으로 뛰었으면 좋겠다”며 미치지 않았으면 하고 공개적으로 지목한 그 주인공에게 김 감독은 큰 기대를 걸었다.

변화는 대성공이었다. 바람대로 오재원이 펄펄 날았고, 상·하위 타선이 고루 살아났다. 투수진과 수비, 모두 활력을 찾았다. 3차전에서 롯데에 7-2로 승리한 두산은 2년 전 ‘미러클 두산’ 재현 분위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오재원은 경기 뒤 “양승호 감독님이 (미디어데이에서)캐릭터를 잡아주셔서 감사하다. 못했으면 별거 아닌 건데 좋은 결과가 나와서 다행이다”며 웃었다.

오재원은 앞서 수비에서도 큰 일을 냈다. 선발 이용찬이 흔들리던 3회초 1사 1루에서 박종윤의 안타성 타구를 슬라이딩 캐치로 잡아내 글러브로 토스, 유격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로 연결했다. 뜨거웠던 사직구장의 열기는 오재원의 수비에 순간 차갑게 식었다.

오재원은 “타자에 따라 내 나름대로 데이터가 있어서 코치님 지시가 아니면 내 생각대로 위치를 잡는데 이번에는 왼쪽을 예상했다가 오른쪽으로 타구가 왔다. 공을 잡긴 했지만 던지는 타이밍이 좋지 않았고, 공이 높아 쉽지 않았다”고 상황을 떠올렸다.

롯데에겐 2년 전 악몽을 떠올리게 하는 수비였다. 당시 시리즈 전적 1승2패로 뒤진 두산은 4차전 4회말 1-0의 근소한 리드 상황에서 조성환의 잘 맞은 타구를 잡아낸 뒤 발빠른 1루 주자 김주찬을 2루에서 잡아낸 오재원의 글러브 토스로 경기 주도권을 이어갈 수 있었다. 이번 호수비와 상황이 거의 똑같았다.

오재원은 “잠실에서는 이런 수비가 나오면 환호성이 나오는데 야구장이 순간 조용해져서 ‘내가 실수했나’ 생각했다”면서 “더그아웃에 들어오면서 ‘(2년 전) 기억나지? 우리가 이긴다고’라고 말했다”고 시리즈 재역전의 자신감을 표현했다. 오재원은 4사구 3개 포함, 2타수1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롯데는 잔뜩 긴장했다. 작년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포스트시즌 사직 12연패 사슬을 끊었던 롯데는 다시 홈 2연패에 빠지면서 2년 전 재역전패의 ‘트라우마’와 ‘가을야구’ 사직 징크스까지 극복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