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컬한 파울을 저절렀다. 평점 5.”

주말 웨스트햄전에 풀타임 출전한 축구 국가대표팀 미드필더 기성용(스완지시티·24)에 대해 영국 스포츠 전문 채널 ‘스카이 스포츠’가 내린 혹평이다.

기성용은 3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2012~2013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웨스트햄전에 수비형 미드필더로 풀타임 뛰었다. 기성용은 0-1로 뒤진 후반 막판 중거리 슈팅을 날린 것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수비에 주력했다. 스완지시티가 후반 32분 결승골을 내주며 0-1로 패했기에 잇단 선방을 보여준 골키퍼를 뺀 대부분 스완지시티 선수들은 낮은 평점을 받았고 기성용도 그랬다.

그러나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건 “몇 차례 냉소적인 파울을 했다(some cynical fouls)”는 평가다. 한국 축구팬들은 기성용이 어떤 비신사적인 파울을 했길래 이런 비판을 받는가 의아해했을 법하다. 정말 기성용의 플레이는 그렇게 형편없었을까.

일반적으로 영국에서 ‘시니컬 파울’은 ‘자기 이득을 얻기 위해 상대에게 의도적으로 하는 파울’을 뜻한다. 즉, 기술로 상대를 막지 못할 때 밀거나 당기는 식으로 플레이를 끊는 것으로 부정적인 의미가 강하다. 이 경기를 중계한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기성용은 전반 하프라인 근처에서 역습 위기 속에 상대에게 이 같은 파울을 딱 한 번 저질렀다”고 말했다.

파울 위치가 하프라인 근처. 게다가 웨스트햄이 볼을 빼앗아 역습하려는 찰나. 그때 파울로 볼을 끊는 것은 1차적인 역습 방어법이다. 경고, 퇴장을 받지 않고 끊으면 영리한 것이고 설사 카드를 받아도 그 가치는 충분하다. 박 위원은 “경고도 받지 않고 역습을 차단했으니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임무를 다 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형욱 MBC 스포츠 플러스 해설위원도 “비판받을 만한 파울이었다면 카드가 나오고 영국 언론들도 난리를 쳤을 텐데 지금 영국은 너무 조용하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왜 ‘스카이스포츠’만 유달리 부정적인 눈길을 보냈을까. 서 위원은 “아마도 스카이스포츠에서 평점을 매긴 사람 혼자 그렇게 생각한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일반적으로 영국 축구는 상대를 속이거나 해코지하는 비신사적인 파울에 민감한 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런 분위기도 몇몇 특수한 경우를 빼고는 많이 줄었다. 서위원은 “스카이스포츠는 기자 한 명이 TV로 경기를 시청하면서 양팀 선수 전원의 평점을 매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원천적으로 객관적이고 정확한 평가가 나올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 때문에 우리가 영국 언론의 평가라고 무작정 믿을 필요는 없다. 우리는 우리 눈으로 플레이를 보고 판단하면 된다”고 말했다.

‘우리 눈’에는 기성용의 파울이 이상하게 보이지 않았다. 당시 심판진은 카드를 빼들지 않았고 기성용을 질타하는 양팀 감독과 선수들 목소리도 없었다. ‘스카이스포츠’를 제외한 다른 영국 언론들은 모두 조용하다. 축구에서 파울은 전략 중 하나다. 정도가 심하면 옐로카드, 더 심하면 레드카드를 받으면 된다. 그런데 기성용은 카드를 받지 않고 상대 역습을 끊었다. 시니컬한 파울이 아니라 효과적이면서도 현명한 파울이었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