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이 제작한 영화 <레미제라블>의 패러디 영상 ‘레밀리터리블’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와 ‘월스트리트저널’, 영국 ‘텔레그라프’ 등 해외 매체 인터넷판도 7일 “한국 공군이 만든 패러디 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관련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영화에서 자베르 역을 맡은 배우 러셀 크로우 역시 트위터로 해당 영상을 리트윗했다. 13분 분량의 ‘레밀리터리블’은 게시 하루 만인 7일 오후 현재 유튜브 조회수 45만 건을 훌쩍 넘겼다. 이날 오전 30만 건 정도의 조회수를 보이다가, 시간이 갈수록 조회수가 크게 늘고 있는 중이다. 동영상은 공군본부 정훈공보실 미디어영상팀이 공식 블로그 ‘공감’에 올리기 위해 제작됐다. 영상은 가상의 비행단인 제22전투비행단 활주로에서 공군 병사들이 제설 작업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영화에서처럼 노래 ‘룩 다운’이 먼저 울려 퍼진다. 가사는 절묘하게 개사됐다. ‘제설 제설/ 삽을 들고서/ 끝이 없어 이 빌어먹을 눈/ 제설 제설 넌 2년 남았어….’

영상의 퀄리티도 높다. 출연 병사들은 성악가처럼 노래를 부르고, 촬영 장병들은 지미집(카메라를 매달아 사용하는 기구)을 동원하여 웅장한 분위기를 담아낸다. 들리는 음악 사운드도 뛰어나다. 공군 군악대가 생생한 연주를 덧입혔다.

내용은 흥미롭다. 영상 속 장발장 이병에게 여자친구 코제트가 면회를 왔는데, 자베르 중위는 제설 작업이 남았다며 1시간 가량의 면회 시간밖에 주지 않는다. 아쉽게 여자친구와 헤어져야 했던 장발장 이병은 눈이 내리지 않는 봄을 기약하며 잠자리에 든다. 영상은 자연스럽게 제설 작업에 매달리는 병사들의 애환을 어루만진다.

등장 인물은 물론 촬영 스태프 모두 병사와 장교들이다. 장발장 이병은 이현재 병장이, 자베르 중위는 김건희 병장이 각각 맡았다. 여자친구 역인 코제트는 이민정 중위가 연기했다. 프로듀서 김경신 중위, 감독 정다훈 중위, 촬영감독 방성준 상병, 분장 박송이 하사, 소품 및 연기지도 이재호 상병, 디자인 지원 진성욱 일병, 조연출 오정택 소위, 미디어 영상팀장 권용은 중령, 군악대장 윤영삼 중령…. 제작비는 지미집 임차비, 간식비를 포함해 100만원이 전부다. 인건비는 일절 들지 않았다. 1개월간의 제작기간이 소요됐다.

유튜브 내 반응은 호평 일색이다. 1500여 건의 댓글이 국어와 영어로 붙었다. ‘드미트리 샤피로’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러시아인은 “놀랍다”는 글을 썼다. 미국의 ‘산스’는 “미국에서 보고 있는데 훌륭한 작업이다.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트리베카샘’은 영어로 “브라보! 이들에게 휴가를 주라”라고, ‘미스트레토이키스’는 “한국 공군에게 찬사를 보낸다”라고 각각 말했다.

영상의 미디어 기획을 책임진 천명녕 소령(38)은 “공식 블로그에 게재할 영상물을 기획할 때 ‘올해 눈이 많이 오고, <레미제라블>도 인기니 이를 엮어보면 어떨까’하는 아이디어가 나왔다”며 “이렇게 반향이 클 줄 몰라 참여한 많은 이들이 어리둥절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 “공군 내 인트라넷에서도 특히 이 영상에 대한 장병들의 반응이 좋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