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느님’의 기세도 한풀 꺾이나?

‘카카오톡 입점=대박게임 등극’의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는 관측이 잇따른다. ‘카카오톡 게임하기’를 통해 출시된 게임이 100개를 훌쩍 넘기고(안드로이드 기준), 글로벌 구글마켓 매출 순위 톱10을 휩쓸면서 ‘카느님’(카카오톡 + 하느님)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위세가 최고조에 오른 시점에 나온 부정적 전망이라 흥미롭다. 대체 무슨 까닭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예정된 수순이다. ‘카톡게임’의 위력이 커지면서 너도나도 입점을 할수록 ‘주목받기’는 점점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30일 오픈한 카톡게임은 불과 8개월여만에 숱한 ‘국민게임’을 배출했다. ‘애니팡’ ‘캔디팡’ ‘드래곤플라이트’ ‘윈드러너’ 아이러브커피’ ‘다함께차차차’ 등 2000만명 가까이 즐기는 게임이 줄을 이어 나왔다.

비결은 역시 카카오톡에 저장된 실제 친구를 활용한 소셜 기능을 접목, 평소 게임을 즐기지 않던 다양한 연령층을 끌어들인 덕분이다. 머리 희끗희끗한 중노년층이 스마트폰을 열고 게임에 열중하는 장면을 지하철에서 보는 것도 이젠 낯설지 않을 정도다.

누구나 쉽게 즐긴다는 것은 게임이 그만큼 쉽다는 의미다. 결국 게임성이 단순할수록 히트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동안 빅히트를 기록했던 게임들을 살펴보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들이었다. 히트한 게임 대부분이 20~30년전 유행했던 오락실 게임을 스마트폰으로 옮겨놓았을 뿐이란 얘기가 그냥 나온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고만고만한 게임인 만큼 ‘갈아타기’ 역시 쉽다. 실제로 ‘카톡게임’에서는 평균 3주꼴로 1위가 바뀐다. ‘국민게임’의 왕좌가 3주면 바뀐다는 뜻이다. 서비스되는 게임 수가 계속해서 증가되는 만큼,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평균 수명은 보다 짧아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큰 문제가 아니다. 워낙 카카오톡이란 플랫폼의 위력이 큰 만큼 입점하는 자체가 엄청난 이점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향후 카톡게임에 탑재되는 게임이 많아질수록 이같은 효과 역시 상쇄되기 마련이다. 한마디로 ‘카톡게임’이란 특별한 메리트가 엷어진다는 의미다. 벌써부터 그런 조짐은 일어나고 있다.

실제로 오픈 초기에는 ‘애니팡’ ‘드래곤플라이트’ 등 소규모 개발사들의 게임이 ‘카톡게임’을 주도했지만 최근에는 게임업계에서 대기업에 속하는 회사들이 서비스하는 게임들이 상위권을 점유하고 있다. 입점한 게임 중에서도 ‘물량공세’에 의해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소규모 업체로서는 이제 단순한 캐주얼 게임을 탈피해 게임성으로 승부를 봐야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그만큼 생존압박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물론 카카오도 상황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최근에는 기존 순위만 나오던 초기화면의 카테고리를 세분화해 다양한 게임이 노출될 수 있도록 개편하기도 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게임이 늘어나면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다양한 게임이 조명될 수 있도록 여러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때마침 ‘카톡게임’을 통하지 않고도 히트하는 게임들도 나오고 있다. 엑토즈소프트가 서비스하는 ‘밀리언아서’, 한게임의 ‘피시아일랜드’가 대표적이다. 또 모바일 게임의 ‘빅2’로 불리는 게임빌, 컴투스는 ‘카톡게임’에 결코 목을 메지 않는다. 각각 ‘게임빌라이브’와 ‘컴투스허브’라는 자체 플랫폼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 업체는 이미 전세계 수천만명의 가입자와 이들이 내려받은 게임을 통해 신작게임을 실시간으로 홍보하는 강력하고 독자적인 생태계를 갖고 있다.

주요 게임업체의 자체 플랫폼 개발 움직임도 활발하다.

넥슨은 지난해말 구글플레이에 ‘넥슨플레이’라는 앱을 출시했다. 전화번호 인증만 하면 바로 가입할 수 있으며, 앱을 설치한 친구(전화번호부)를 초대해 게임을 하고 포인트를 얻을 수 있는 구조다.

넷마블도 자체 모바일 플랫폼을 개발 중이며 올해 50개 이상의 신작 게임 중 일부를 자체 플랫폼으로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또 엔씨소프트도 ‘블레이드&소울’ 게임 속 친구 목록을 모바일로 연동해 게임을 하지 않는 동안에도 스마트폰으로 친구와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한 앱을 내놓았다.

모바일 게임업계 관계자는 “안팎의 도전으로 카카오톡 입점이 성공이라는 공식은 이미 깨졌다. 특히 ‘개천에서 용나기’는 더욱 힘들어졌다”면서도 “하지만 카톡게임의 위력은 상당기간 여전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