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긋난 인연이다

한화 김응용 감독과 KIA 김주찬(32)이 2013시즌 얄궂은 운명으로 부딪혔다.

김주찬은 2일 대전 한화전에서 5타수 3안타 4타점으로 대활약했다. 8년 만에 현장 복귀한 김 감독이 한화의 홈 개막전인 이 경기에서 현장 복귀 첫승을 놓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사실 김주찬과 김 감독은 깊은 인연이 있다.

김주찬은 삼성에서 롯데로, 그리고 KIA로 옮긴 선수다. 충암고를 졸업하고 2000년 2차 1번으로 삼성에 입단했으나 2001년 롯데로 트레이드 됐다. 삼성이 마해영을 데려오기 위해 단행한 ‘2대1’ 트레이드였고, 당시 삼성 사령탑은 김 감독이었다. 당시 이계성과 함께 트레이드 된 김주찬은 딱 1년 김 감독과 함께 한 뒤 롯데의 대표적인 톱타자가 됐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에도 한 차례 인연이 엇갈렸다.

롯데에 간 뒤 경력을 쌓은 김주찬이 FA 자격을 얻었고, 여러 구단이 달려든 가운데 KIA와 한화가 경쟁을 펼쳤으나 김주찬은 KIA를 선택, 50억원에 팀을 옮겼다.

한화도 김주찬을 원했다. 2004년을 마지막으로 현장을 떠났던 김 감독이 한화로 사령탑에 복귀한 이후 가장 절실히 원했던 전력 보강 중 하나였다.

그러나 김주찬이 KIA로 가면서 한화는 스토브리그 목표 달성에 실패했고, 김주찬을 놓친 뒤 김 감독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며 한화 구단에 매우 서운해했다.

그런 김주찬이 2일 한화전에서 너무도 중요했던 김 감독의 시즌 세번째 경기에서 대활약 끝에 패배를 안겼다.

김주찬은 FA 계약 이후 첫해인 올해, 가장 좋은 활약으로 멋진 모습을 보이려 노력하고 있고, 김 감독은 어쩌면 야구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팀 한화를 맡아 시즌 초반을 힘겹게 출발하고 있다. 서로가 원하는 상황에서 계속 어긋났던 김주찬과 김 감독의 인연이 질기게 이어지면서도 살짝 어긋나는 가운데 올해 아직도 맞대결을 15경기 남겨두고 있다.

김주찬은 2일 한화전을 마친 뒤 “지금의 좋은 페이스를 끝까지 유지하고 싶다. 전지훈련부터 신인 자세로 훈련에 임하며 매 타석 집중하려 애썼을뿐”이라고 아주 담담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