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의 짐을 내려놓은 김선우(36·두산)가 2개월 만의 선발 등판에서 자신의 모습을 찾는다.
김선우는 8월의 첫 경기인 사직 롯데전에 출격한다. 이미 1군에 합류해서 사직구장에서 동료들과 연습하고 있다.
54일 만의 선발 등판이다. 김선우는 지난 6월5일 잠실 LG전에서 3이닝 5안타 1홈런 4실점으로 강판된 다음날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두산 김선우
2군에서의 생활은 나쁘지 않았다. 김선우는 자신을 돌이켜보는 데 집중했다. 오랜만에 돌이켜보는 자기 자신이었다.
“1군에서 버티면서 팀에 도움이 되고자 했는데 뜻대로 안되더라고요.”
선발 등판을 하루 앞둔 31일 김선우는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의 심경을 털어놨다.
김선우는 4월 4경기에서 1승2패에 방어율 2.92를 기록하며 순조롭게 시즌을 출발했지만 5월 들어서부터 부진하기 시작했다. 5월 4경기에서 1승3패에 방어율 9.00을 기록한 뒤 6월 1경기만을 소화한 후 2군으로 향했다.
부진에 빠져 있는 동안은 탈출구가 없었다. 몸도 마음도 제 컨디션이 아니었다. 김선우는 “몸이라도 정상이면 시합에 들어가면서 차차 좋아질 텐데 몸은 안 좋아지는데 실력이 안 나오고 내가 나갈 때 팀이 지니 ‘팀을 위해 해야 한다’는 생각에 더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했다.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김선우를 짓눌렀던 것은 ‘책임감’이었다. 김선우는 “그동안은 책임감으로 던졌다. 내가 있는 위치에서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투수 최고참이자 그동안 팀 선발투수진의 중심으로서 해왔던 역할을 올시즌에도 수행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이 됐다.
1군을 떠나 와 있는 동안에 자신의 몸을 만드는 데 집중한 덕분에 김선우는 오히려 심적으로 더 편했다. 깨달음도 얻었다. 자신이 빠져 있는 동안 힘든 환경 속에서 다른 선수들이 잘해 내고 있는 모습을 보고 ‘내가 아니더라도 다른 선수들이 해주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즌 초에 잡은 목표는 전면 수정됐다. 선발 로테이션과 시즌 10승이라는 수치적인 목표보다는 자기 자신과의 다짐을 새롭게 했다. 김선우는 “내 모습대로만 던지겠다. 몸을 잘 만들고 왔으니 열심히 던져 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