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공화국 시절 전두환 당시 대통령과 닮았다는 이유로 방송출연을 못했던 배우 박용식 씨가 2일 오전 별세했다. 향년 67세.

고인은 최근 캄보디아에서 이장호 감독의 영화 <시선> 촬영을 한 후 바이러스성 패혈증 증세를 보였고, 서울 경희의료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최근 상태가 악화됐다. 패혈증은 미생물에 감염되어 전신에 심각한 염증 반응이 나타나는 상태를 말한다.

1967년 TBC 공채탤런트 4기로 데뷔한 고인은 MBC 드라마 <제2공화국> <제3공화국>과 영화 <투사부일체> <다세포소녀> 등에 출연했다. 고인은 전 전 대통령과 얼굴이 닮았다는 이유로 어려움을 겪었다.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정권은 1980년대 박씨가 전두환 당시 대통령과 얼굴이 닮았다는 이유로 방송 출연을 금지했다. 고인은 1992년 방송계로 돌아올 때까지 12년 동안 참기름집을 운영하며 생계비를 벌었다.

고인은 지난 1월 한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해 “방송 금지를 당했을 땐 분했다. 약 오르고, 화도 나고, 미웠다. 일을 해야 돈을 버는데 활동을 못하니까 현실적인 고통이 따랐다”고 말했다. 앞서 2010년 한 프로그램에 나와 “방송 금지로 생활이 너무 힘들어 방송사 간부를 찾아갔더니 가발을 쓰면 단역이라도 주겠다고 해 가발을 썼다”며 “4년 동안 안 해본 역할 없이 다 해 입에 풀칠하고 살았다”고 말했다.

고인은 5공화국 이후 규제가 규제가 풀리자 MBC 대하 드라마 <제 2공화국>, <제 3공화국>, <제 4공화국> 등에서 전 전 대통령 역할을 했다. 최근에는 수영을 소재로 한 조영선 감독의 영화 <노브레싱>에서 수영협회장을 연기했다. 이 영화의 배급사 ㈜나이너스엔터테인먼트는 “당초 2회차 촬영을 할 예정이었으나, 1회만 촬영하고 1회차는 찍지 못했다”며 “예정된 촬영을 마치진 못했지만 이미 찍은 분량은 영화에 담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빈소는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됐다. 발인은 6일 오전 7시30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