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외국인투수 레다메스 리즈(30)는 사실상 팀의 에이스이다.

그가 2차전으로 밀린 이유는 몇가지 불안요소 때문이었다. 큰 경기에서 두둑한 뱃심을 보인 1차전 선발 류제국과 달리 배짱이 어느 정도일지 입증하지 못했다. 시속 160㎞를 넘나드는 빠른공을 던지면서도 이따금 제구가 되지 않아 볼넷을 연발하기도 했다.

LG 차명석 투수코치의 거듭된 물음에 리즈는 “포스트시즌이라고 긴장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도 LG 코칭스태프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리즈가 흔들린다 싶으면 바로 꺼내들 불펜 카드를 여럿 준비했다.

결과적으로는 ‘노파심’이 됐다.

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3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2차전. 리즈는 쌀쌀한 날씨에도 반팔을 입고 선발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스프린터의 스피드로 장거리를 달리는 ‘괴물’이라도 된듯 마운드를 지킨 8회까지 무시무시한 구위를 유지했다.

8이닝 동안 삼진 10개를 잡으며 1안타 무실점. 리즈는 5회 선두타자 홍성흔에게 3루쪽 내야안타를 내주고 볼넷 2개를 허용했을뿐 완벽에 가까운 활약을 했다. 최고구속 160㎞를 찍은 리즈는 경기 후반인 7회 선두타자 김현수를 삼진으로 낚아낼 때도 160㎞짜리 강속구를 던질 정도의 스태미너를 유지했다.

LG는 리즈의 쾌투와 더불어 4타수 4안타 1볼넷 1타점을 올리며 공격 첨병 역할을 100% 수행한 톱타자 박용택의 활약으로 두산을 2-0으로 꺾고, 플레이오프 전적 1승1패로 균형을 맞췄다. LG는 2002년 한국시리즈 잠실 5차전에서 삼성을 꺾은 뒤 무려 11년, 정확히 3996일만에 가을야구 승리를 거두는 감격을 맛봤다.

LG 김기태 감독은 리즈의 역투에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줬다. “100점을 주고 싶다. 그러나 완투 완봉은 아니었으니까 90점 주면 되겠다”고 웃으며 만족스러워했다.

경기 뒤 인터뷰실에 들어온 리즈는 말끝마다 자신감을 쏟아냈다. “차명석 투수코치가 말리지 않았다면 더 던지고 싶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리즈는 투구수 107개로 8회를 마치면서도 지치지 않은 기색을 보였다. 리즈에 이어 마무리 봉중근이 마운드에 올라 1이닝을 무안타 무실점으로 막고 승리를 지켰다.

리즈는 “부정적인 것보다 긍정적인 것을 생각하려했다. 솔직히 말해서 페넌트레이스보다 오히려 긴장하지 않고 던졌다”고 말했다. 한국의 서늘한 가을 밤공기 적응에도 ‘노 프라블럼’을 외쳤다. “볼티모어 같은 추운 곳에서 야구를 했다. 추위에 대한 걱정은 없다”고 강조했다. 리즈는 플레이오프 2차전 MVP로 뽑혔다.

LG는 10안타에 볼넷 5개를 얻고도 2점밖에 얻지 못해 집중력에 대한 숙제를 남겼다. 그러나 리즈와 봉중근 등 투수 2명으로 2차전을 마치면서 3차전 이후 투수 운용에 많은 여력을 얻었다. 상대적으로 두산은 투수 7명을 투입하는 물량전을 폈다. 3차전은 19일 오후 2시 잠실구장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