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데뷔 첫해 결과는 한 마디로 ‘성공’이다.

류현진이 기록한 14승8패 방어율 3.00은 정말 대단한 성적이다. 돌이켜보면 아쉬웠던 부분도, 부족했던 점도 많았다. 그러나 류현진이 거둔 성적은 ‘성공’이란 근사한 단어를 붙이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류현진은 이미 다저스 선발투수진의 핵심이다. LA 타임스도 벌써부터 그렇게 간주하고 있다.

LA 타임스는 20일 내년 시즌을 전망하면서 류현진을 클레이튼 커쇼와 잭 그레인키에 이은 제3선발투수로 올려놓았다.

사실 그다지 놀라운 기사도 아니다. 류현진은 투구성적뿐 아니라 수치로 환산하기 어려운 위기관리 능력과 승부욕, 배짱 등에서도 다저스의 제3선발로 손색이 없다.

이같은 전망의 근거는 올해 성적이다. 올해 잘 했다면 내년에도 좋은 성적을 거둘 가능성이 크다. 특히 류현진처럼 계속 더 발전할 여지가 있는 나이의 투수라면 더욱 더 그렇다. 그러나 막상 2014년이 되면 또 새로운 상황이 펼쳐진다. 당연히 변수도 많이 생긴다.

내년에는 목과 어깨 마비 증세를 없애기 위한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인‘132승 투수’ 조시 베켓과 팔꿈치 인대수술을 받은 채드 빌링슬리가 돌아온다. 다저스가 마운드 보강을 위해 새로운 투수를 영입할 가능성도 있다.

이같은 내부변수 이외에 류현진이 빅리그 경험을 쌓은 만큼 다른 팀 타자들 역시 류현진을 분석하고 대비하기 마련이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달라져야 한다. 냉정하게 말하면 이번 시즌의 류현진은 2013년의 류현진일 뿐이다. 더 강해져야 하고, 여러모로 업그레이드 돼야 빛나는 2014년을 기약할 수 있다는 의미다.

류현진이 어떻게 업그레이드 돼야 하는지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스스로 제시한 바 있다. 바로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3차전에서 보여준 피칭이다.

이 경기에서 류현진은 스트라이크존의 구석구석을 찌르는 송곳 같은 제구력을 뽐내며 7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패스트볼의 스피드를 시속 95마일(약 153km)까지 끌어올린 가운데 타자들의 타격 타이밍을 흐트러뜨린 체인지업에다 컨트롤이 뒷받침된 브레이킹볼은 ‘예술’이었다.

NLCS 3차전 피칭을 요약하자면 류현진의 장점이 골고루 조화를 이룬 ‘아트 피칭’이었다.

류현진이 2014시즌에 해야할 것은 바로 이같은 아트 피칭이다. 물론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컨디션이 좋을 수 없고, 매번 제구력이 발휘되고, 브레이킹볼이 손에 착착 감기며 들어간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속 90마일 후반대의 강속구도, 수직으로 떨어지는 스플리터도, 땅볼 유도에 효과적인 투심 패스트볼도 없는 류현진이 살아남기 위해선 자신의 강점을 종합한 아트 피칭을 하는 수밖에 없다.

새로운 구종을 연마할 계획이 없는 류현진으로서는 이런 피칭이 최선이다. 기본적으로 공의 스피드 조절 능력을 갖춘 류현진은 제구력만 흔들리지 않고 유지하면 내년 정규시즌에서도 지난 NLCS 3차전 때처럼 아트 피칭을 선보일 수 있다.

관건은 선발등판한 경기에서 체력 안배를 하면서도 패스트볼 스피드를 조금 더 끌어올릴 수 있는지 여부다. 결국은 체력의 문제다.

류현진의 내년 성적은 이번 겨울에 어떻게 훈련하느냐에 달려 있다. 한국에서 보낼 시간이 특히 중요하다.

미국에서 한국으로 ‘금의환향’할 류현진은 몸이 몇개라도 모자랄 만큼 많은 행사에 초청받을 가능성이 크다. 자칫 잘못하면 바람 들기 십상이다. 내년 성적의 변수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