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원(33·사진)을 두고 사람들은 ‘집시 기타리스트’라고 부른다. 유럽 등을 정처없이 떠돌던 집시 음악인들의 격정적인 연주를 충실히 재현해내는 기타리스트라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손가락 전체를 활용해 6개 기타 줄을 연이어 훑는 집시 음악 특유의 주법, ‘라스게아도(rasgueado)’가 압권이다.

2009년 1집 <집시의 시간>, 2011년 2집 <슬픔의 피에스타>를 거쳐, 박주원은 최근 세 번째 앨범 <캡틴>을 새롭게 내놓았다. 3번 트랙 수록곡 ‘캡틴 no.7’은 이번 음반의 분위기를 대변할 만한 곡이다. ‘라스게아도’ ‘아포얀도(줄을 튕긴 뒤 다음 줄에서 손가락을 멈추는 주법)’ 등이 총망라된다. 기타 줄 위에 얹힌 손가락이 거침없이 질주하고, 현란하게 드리블한다. 박주원은 이 곡에 대해 “한국 축구국가대표 시절 등번호 ‘7’을 가졌던 박지성 선수를 위해 만든 음악”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라운드를 달려가는 그의 모습을 꼭 음악에 담아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경력이 특이하다. 십수년 전에는 하드록 밴드 ‘시리우스’의 일원이었다. 이후 세션으로 다른 가수들의 음반 녹음과 공연을 거들었다. 실력이 출중해 2000년대 중반 신승훈, 이승환, 임재범, 조규찬, 이소라, 김범수, 정엽, 성시경 등의 음반에 참여했다. 그가 기타 주자로 참가한 앨범은 100여 개를 넘어간다.

“10살 때부터 기타를 쳤었어요. 학교 친구가 가수 이상은씨의 ‘담다디’를 기타로 연주하는데 그게 너무 충격적이어서 기타를 사달라고 졸라댔죠. 5살 때 배운 피아노는 여자 악기 같았는데, 그제서야 남자 악기를 만났다 싶었거든요.”

클래식 기타, 포크 기타, 전자 기타 등을 차근차근 익혔다. “기타 키즈(kids)였죠. 하루 10시간씩 연습했어요.”

이번 앨범의 또 다른 수록곡 ‘승리의 티키타카’는 그의 취미 ‘축구’를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음악 속 기타 주법 역시 짧고 빠르게 전개된다. 정교하면서, 밀고 당기며 강약을 수시로 조절하는 것이 묘미다. 6분36초짜리 길이의 이 노래 후반부에는 가수 정엽이 피처링을 도왔는데, 노래 가사 대신 “다라라라”하며 스캣(아무 뜻도 없는 소리로 노래하는 창법)만을 들려준다. 박주원은 “정엽 형이 이렇게 불러 놓고 가사도 안 준다며 한마디를 하긴 했다”고 작업 뒷이야기를 소개했다.

“집시 음악의 매력이요? 리듬은 다이나믹하고, 멜로디와 연주는 매우 강렬하죠. 그러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슬픔을 함축하고요. 그래서 춤을 추기는 하는데 그렇다고 아주 흥겨울 수는 없고…. 양면이 내재된 그 음악이 집시 음악이지요. 늘 어려운 음악이고요.”

그는 “남성 악기라고 생각했던 기타는 생각 외로 고집도 세고, 섬세하며 예민한 구석도 많다”고 부연했다. 그는 “말썽도 자주 일으키는데, 그럴수록 거칠게 다루려 노력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