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에도 여전히 텔레비전 속 남성들은 아이를 돌본다. 남성의 육아를 다루는 예능프로그램이 늘고 있다. 미혼 남성부터 할아버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남성들이 텔레비전 속에서 아이를 돌본다.

‘아이를 돌보는 남성’은 지난해 초 시작한 MBC <일밤-아빠!어디가?>(이하 ‘아빠 어디가’)가 크게 인기를 끌면서 예능 인기 코드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시청자들은 육아를 거의 해보지 않은 여섯 명의 남자 연예인이 자신의 아이를 데리고 1박2일 동안 캠핑을 가는 장면에 빠져들었다. 전 축구선수 송종국은 서툰 솜씨로 아이의 머리를 묶어주고, 아이와 대화가 부족했던 배우 성동일은 아들과 속마음을 나누며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아빠 어디가>가 시청률 15%를 넘기며 <일밤>은 일요예능 1위 자리를 차지했다. KBS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는 4명의 연예인 아빠가 엄마없이 집에서 48시간을 지내며 아이를 돌본다. 쌍둥이 아빠 이휘재는 아이들의 기저귀를 갈아주고, 가수 타블로는 자신의 끼니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한쪽 팔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딸 하루와 놀아준다.

이제는 진짜 아빠에서 한층 더 나아가 할아버지, 미혼남성까지 아이를 돌보기 시작했다.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출발해 오는 13일부터 정규방송을 시작하는 SBS <오!마이베이비>의 컨셉은 ‘황혼 육아’다. 파일럿 방송에서 육아 초보인 임현식은 아들 부부의 딸인 소현이를 만나 예뻐하면서도 잘 돌보지 못해 쩔쩔매는 모습을 보였다. 또 손녀의 요청으로 한 번도 해본적 없는 자장라면을 끓이기도 했다.

tvN <꼬꼬댁 교실 in 베트남>에서는 김민준, 이기광 등 미혼 남성 연예인이 다문화 가정 아이들과 함께 베트남으로 떠나 보모역할을 한다. tvN 예능프로그램 <섬마을 쌤>에서는 샘 해밍턴, 브래드 등의 남성들이 영어선생님을 하면서 초등학생들과 놀아준다. MBC에브리원 <우리집에 연예인이 산다>에서는 이상민, 김지석 등 미혼 연예인이 일반 가정에 가서 아이들을 돌본다.

남성들의 육아가 텔레비전으로 나오게 된 것은 과거에 비해 남성들이 육아에 비해 많이 참여하는 등 남성들의 성 역할이 변화한 것을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이윤소 활동가는 “낮은 비율이지만 과거에 남성들이 육아휴직을 쓰는 것이 증가하고 있고, 남성의 육아참여도 늘고 있다”며 “텔레비전 프로그램들이 변화하는 추세를 조금씩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활동가는 “특히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아빠들이 단순히 아이와 밖에서 놀아주는 것이 아니라 ‘집’이라는 공간에서 육아에 참여하는 남성들의 모습을 더 잘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