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MBC 스튜디오 안. ‘ON AIR(방송 중)’임을 알리는 빨간 불이 들어오고 라디오가 시작된다. 인기 아이돌 그룹인 미쓰에이의 멤버 페이, 지아와 슈퍼주니어-M의 멤버 조미가 마이크를 앞에 두고 앉아 있다.

“워쓰 미쓰에이 더 페이페이(안녕하세요, 저는 미쓰에이의 멤버 페이입니다)”. MC들이 한국어 대신 유창한 중국어로 자기소개를 한다. 게스트로 나온 그룹 엑소의 크리스와 레이가 대만 가수 주걸륜의 노래 ‘무지개’를 유창한 중국어로 부른다. 2시간 동안의 라디오 방송은 한국말 한마디도 없이 전부 중국어로만 진행됐다.

지난해 11월 MBC는 지상파 방송사 중 최초로 중국 청취자들을 대상으로 한 라디오 프로그램 ‘C-Radio’ 방송을 시작했다. C-Radio <우상본색>은 중국 출신으로 한국에서 활동하는 아이돌 그룹들이 출연해 중국어로 진행한다. <우상본색>은 동영상 라디오인 ‘보이는 라디오’ 형식으로 제작돼 중국 동영상 사이트 5곳을 통해 유통됐다. 한 달 만에 800만 클릭을 기록하면서 중국 누리꾼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끈 <우상본색>은 다음 달부터 정규편성돼 매주 한 번씩 방송될 예정이다.

최근 서울 중구 을지로에서 <우상본색> 제작팀을 만나 <우상본색> 제작 후기를 들어봤다.

제작진은 온라인을 통해 한국 가수들의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팬들이 많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우상본색>의 연출을 맡은 MBC 기획사업부 김빛나 PD는 친한 작가로부터 해외 팬들이 ‘아리랑 TV’에서 진행하는 온라인 라디오에 문자로 질문과 의견을 많이 보낸다는 사실을 들었다. 이에 해외팬들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라디오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해외팬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라디오를 만들기에는 중국이 가장 적합했다. 대형 연예기획사들이 중국 시장을 겨냥하면서 한국 아이돌 그룹에는 중국 출신 멤버들의 수가 늘었다. 이들의 모임인 ‘차이나라인’이 따로 있을 정도다.

우선 해외에 있는 지인들과 특파원들을 대상으로 중국 라디오 시장에 대한 정보를 취합했다. 김빛나 PD는 “중국의 라디오는 한국과 달리 토크쇼, 뉴스, 정보프로그램 위주였고 연예인이 나와 팬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프로그램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 지상파 텔레비전은 한국 콘텐츠 방영이 제한돼 있어 ‘온라인 라디오’라는 포맷이 가장 적합했다”고 설명했다.

제작진은 중국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웨이보’에 <우상본색> 제작 사실을 알리고 중국 팬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아봤다. 영상·연출을 맡은 김원 PD는 “중국인들은 중국 출신 연예인들이 한국에서 무엇을 하며 사는지를 궁금해했다”고 말했다. 방송에는 이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중국 출신 연예인들이 한국에서 무엇을 먹고 살며 어떻게 지내는지를 이야기하는 내용이 담겼다.

방송 첫주 만에 <우상본색>은 중국의 한 동영상 사이트에서 클릭 수 2위를 기록할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파일럿 방송은 무료로 배포됐지만, 정규 방송부터는 중국 대형 동영상 사이트 다섯 곳에서 판권 구매를 협의 중이다. 김원 PD는 “방송 후 웨이보에서 ‘MBC에 너무 고맙다. 한국과 중국이 더 가까워진 것 같다’는 후기를 올리는 팬들이 많았다”며 “상업적인 부분보다도 한국과 중국이 하나의 고속도로를 만들어 소통한다는 사실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