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값도 못한다’는 말이 있다. 제 할 일을 다하지 못할 때 쓰는 표현이다. 박주영(29·왓퍼드·사진)도 이와 다르지 않은 듯하다. 박주영은 지난 2월 아스널을 떠나 왓퍼드로 임대 이적해 2경기를 뛰었다. 부상에 발목이 잡힌 게 원인이라지만 한 달에 3억원 가까운 거액을 받는 프로가 자랑할 기록은 아니다.

설상가상으로 박주영은 지난 3일 부상 치료차 귀국해버렸다. 병명은 피부에 고름이 차는 ‘봉와직염’이다. 축구 팬들은 갑작스럽게 귀국한 박주영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프로 의식이 부족한 게 아니냐’며 비판하고 있다.

봉와직염은 수술이나 재활 등 정밀한 치료가 필요한 부상이 아니다. 축구대표팀 주치의 송준섭 박사는 “항생제를 먹고 염증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올 때까지 쉬는 게 유일한 치료법”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빠른 치료를 위해 귀국한 것”이라는 박주영 측의 설명이 매우 궁색해졌다. 국가대표 출신의 한 감독은 “박주영이 월드컵 준비를 위해 귀국한 게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번 귀국의 목적이 치료가 아니라 월드컵 준비라는 얘기다.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45)도 이런 관측을 부인하지 않았다. 홍 감독은 “국내에서 재활하면서 훈련한 뒤 대표팀 소집훈련에 나서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소속팀으로 복귀해도 뛸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으니 국내에서 몸을 만들어 월드컵을 대비한다는 것이다. 홍 감독은 “만약 박주영이 팀에 복귀하지 않고 국내에 남기로 하면 이케다 세이코 피지컬 코치를 통해 재활 훈련 프로그램을 짜줄 것”이라며 “다만 K리그 팀들이 시즌 중이라서 특정 팀에 합류해 훈련할 조건이 되지 않는 게 걱정이지만,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자신에게 보수를 지급하는 팀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점에서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한창 시즌이 치러지고 있는 시기다.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 12위로 밀려난 왓퍼드는 8경기를 남겨놓은 채 1부리그 승격의 마지노선인 6위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왓퍼드 측은 박주영이 언제 복귀할지도 모르고 있다. 왓퍼드 구단 관계자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주영이 한국으로 떠나면서 언제 돌아올지는 구체적으로 얘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주영이 이대로 국내에 남는다면 일방적인 이탈이 될 수도 있다.

박주영이 제멋대로 팀을 이탈한 것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박주영은 셀타비고(스페인)에서 뛰던 2012~2013시즌에도 비슷한 문제로 비판을 받았다. 당시 박주영은 셀타비고가 프리메라리가 잔류를 극적으로 확정한 에스파뇰과의 최종전에 불참했다. 부상으로 소집 명단에 들지 못했지만, 팀의 일원이라면 경기장에 함께 있는 게 기본이다. 실제 셀타비고 규정도 그렇다. 그러나 박주영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적지 않은 벌금을 감수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