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외국인 투수 앤드류 앨버스(29)는 지난 15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의 경기에서 5이닝 (8안타 1삼진)2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상대 타자를 압도하는 힘있는 구위는 아니었지만 타자를 맞춰잡는 노련함으로 경제적인 피칭을 했다.

한화 벤치는 1-2로 뒤진 6회 앨버스가 첫 타자 나지완에게 2루타를 맞자 곧장 투수를 최영환으로 교체했다. 그때까지 앨버스의 투구스는 겨우 63개밖에 되지 않았다. 앨버스는 마운드 위에서 “더 던지겠다”며 아쉬움을 표현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선발 투수 치고는 투구수가 너무 적었던 데다 앨버스는 에이스 역할을 해 줘야 할 투수였다. 무엇보다 한화 불펜이 남은 4이닝을 완벽하게 막아낼 정도로 탄탄한 상황이 아니었다.

한화는 결국 경기 후반 승부를 뒤집고도 일찍 가동된 불펜이 무너지면서 재역전패를 당했다. 앨버스의 이른 교체 이유에 대한 궁금증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궁금증을 가장 앞서 풀어 줄 한화 김응용 감독은 16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더그아웃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대신 한화 정민철 투수코치가 이를 설명했다.

정 코치는 앨버스의 조기 교체에 대해 “스프링캠프에서 몸을 늦게 만든 부분은 있지만 앨버스의 몸에 이상이 있는건 아니다”며 “다만 현재 구속이나 구위를 볼 때 갯수나 이닝에 상관없이 타순이 두번 돌고나면 어렵다고 판단해 빠른 교체로 가져갔다”고 설명했다. 마침 경기도 팽팽하게 전개되면서 팀 승리를 위한 빠른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코치는 또 “스프링캠프에서 앨버스나 클레이를 평가하면서 코칭스태프도 100개 넘게 공을 던질 때보다 100개 이하에서 공의 힘이 있어 그런 쪽으로 기용 원칙을 정한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앨버스는 올 시즌 세차례 등판에서 모두 5이닝 이상을 던졌지만 아직 투구수 100개를 채운 적이 없다. 정 코치는 “미국에서도 3·4월에는 투구수를 100개 이내로 관리받는 선수였기 때문에 이런 부분도 고려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엇박자는 남는다. 앨버스는 이른 교체에 크게 마음이 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훈련에 앞서 앨버스와 면담한 정 코치는 “선수 본인은 받아들이기 어려워했는데 잘 설명했다”며 “앨버스가 이닝마다 쓸 공을 준비해놓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고, 불펜의 과부하를 걱정하며 다음 경기에는 더 던지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