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수학여행에 나선 고교생 325명 등 462명을 태운 여객선이 전남 진도 해상에서 침몰, 4명이 숨지고 284명이 실종되는 참사가 발생했다. 16일 오전 8시58분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20㎞ 해상에서 청해진해운 소속 6825t급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 중이라는 신고가 해경에 접수됐다. 여객선에는 3박4일간 제주도로 수학여행에 나섰던 안산 단원고 학생 325명과 교사 15명, 승무원 등 462명이 타고 있었다.

사고가 나자 해경과 해군, 서해어업관리단 등 관계기관은 경비정과 군함 등 선박 148척·헬기 15대 등을 현장에 파견, 구조작업에 나섰다. 진도 어민들도 조업을 중단하고 선박 60여 척을 동원해 현장에서 구조작업을 도왔다. 구조된 학생 등 승객들은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을 통해 진도읍 진도체육관으로 옮겨져 옷과 모포, 식사 등을 제공받고 안정을 취하고 있다. 골절과 화상 등을 입은 부상자 20여 명은 진도한국병원, 해남종합병원 등 6개 병원에 분산돼 치료를 받고 있다.

16일 오후 10시 30분 현재 174명이 구조되고, 4명이 사망했으며, 284명은 생사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 순식간에 기울고 물 차 올라 아비규환

진도 앞바다에서 구조돼 진도체육관에 이송돼 온 안산 단원고등학교 박준혁군(18)은 “천당과 지옥을 왔다갔다 한 것 같다. 물이 찬 복도는 정전이 돼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장애물이 많아 이리저리 피해 물살을 타고 헤엄쳐 환한 빛을 만났을 때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갑판에 있던 승객 박모씨(57)는 “불과 수십분 만에 물이 차기 시작했고 옆으로 배가 기울어졌을 때는 선실 대부분이 물에 잠겨 버렸다”고 회상했다. 그는 “갑판에 있다가 배가 기울어지길래 난간을 붙잡고 버티고 있다가 바다로 뛰어들어 구조됐다. 선실 3층 아래는 식당·매점·오락실이 있었는데, 그곳에 있던 사람들과 후미에 있던 사람들이 대부분 빠져나오지 못한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오전 9시27분부터 약 9분 동안 단원고 수학여행단의 한 남학생은 대형 사고를 예견한 듯 엄마에게 평소 하지 못한 말을 메시지로 보냈다. 그는 “엄마, 내가 말 못할까봐 보내놓는다. 사랑한다”고 했다. 엄마는 “카톡을 왜 안 보나 했더니…나도 아들 사랑한다”며 애틋한 모자의 정을 확인했다.

세월호가 인천을 출발하기 전인 지난 15일 오후 6시30분을 전후해 한 고교생은 “엄마, 안개 때문에 출발 못하고 있어. 내일 아침에 출발한대. 잘하면 아예 수학여행을 취소한대”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엄마는 “그럼 잠은 어디서 자니? 수학여행을 취소한다고?”라며 걱정스러운 대답을 했다.

■ 실종자들 상황은?

중앙재난대책본부(이하 중대본)는 내부적으로 실종자들의 상황을 크게 3가지 경우로 분류하고 있다.

중대본 관계자는 “가장 희망적인 것으로 이미 해상에서 구조돼 수십 대의 민간 어선, 선박이 나눠 싣고 목포로 간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사고 현장에 해경 선박을 비롯해 약 60척이 투입된 가운데 승객이 구조되는 대로 해경과 지방자치단체가 확인하고 있으나 민간 선박을 통해 구조된 승객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 관계자는 “두 번째로 선박이 완전히 침몰하기 전 바다 위로 빠져나와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가장 좋지 않은 것은 여객선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 정부 ‘오락가락’에 가족들 ‘분통’

정부의 사고 대응에 대한 원성도 높아지고 있다. 초기 잘못된 상황 인식으로 안이하게 대처해 사고를 키운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고, 이후엔 구조ㆍ실종된 인원의 숫자마저 제대로 집계하지 못해 가족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정부는 이날 오전 10시30분 브리핑에서는 “오전 10시 현재 147명을 구조했다”고 발표했고, 이 숫자는 오전 11시15분 현재 161명, 낮 12시30분 179명 등으로 점점 늘어났다. 이후 오후 1시15분께 총 477명 중 368명을 구조했고, 2명이 사망했으며 나머지 107명은 ‘탐색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 발표는 곧 뒤집혔다. 정확한 탑승인원조차 틀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해경은 이날 오후 2시가 넘어서야 전체 탑승인원이 459명으로 승객 429명, 선원 30명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오락가락 발표에 구조자들과 가족들이 한데 몰린 진도체육관은 혼란이 더해졌다. 안산 단원고 학부모들은 답답한 상황에 분통을 터트리며 언성을 높였고, 이곳저곳에서 실신하는 사람들도 나왔다. 한 학부모는 “내 자식이 구조됐는지 누가 얘기 좀 해달라”며 오열했다.

■ ‘쾅’ 소리가 사고원인 풀 열쇠

침몰 직전에 울린 ‘쾅’ 소리가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구조된 승객들은 모두 “사고 직전 배 앞부분에서 쾅 소리가 났다”고 증언했다. 전문가들은 여객선이 암초에 부딪쳤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사고 지점인 진도 해역 주변에 암초가 별로 없다는 반론도 있다. 국립해양조사원은 이날 “세월호가 침몰한 진도 해역지점 주변의 해도자료를 분석한 결과 뚜렷한 암초는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해양조사원은 선박 최초 사고위치와 침몰위치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세월호가 어떤 항로로 운항했는지 확인해 봐야 암초와의 충돌 여부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암초에 충돌해 침몰할 경우에는 세월호보다 훨씬 천천히 가라앉았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