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환, 박항서, 서정호 등 남녀 프로축구 감독들이 볼썽사나운 행동으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가뜩이나 떨어지고 있는 프로축구 인기와 위상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로 강한 징계와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선수 폭행 논란을 일으킨 박종환(76) 성남FC 감독은 19일 부산 아이파크와의 원정 경기에서 벤치를 지킬 수 없게 됐다. 성남 구단은 18일 오전 논의 결과 최근 연습 경기에서 선수 두 명을 폭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박 감독 대신 이상윤 수석코치의 감독 대행 체제로 부산전을 치르기로 결정했다.

구단 관계자는 “박 감독의 구체적인 징계 수위는 다음 주 초 결정하기로 했으며 일단 부산전 지휘를 맡기는 것은 윤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판단해 경기에서 배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곧 추가 징계가 나올 거라는 얘기다.

전날 성남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박 감독이 16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성균관대와의 연습 경기 도중 미드필더 김성준과 신인 김남건의 안면에 폭행을 했다는 폭로 글이 올라왔다. 박 감독은 “꿀밤을 1∼2대 때렸을 뿐”이라는 말로 폭행 수준은 아니었다고 반박했지만 다수 목격자들의 의견은 박 감독의 행동이 폭행 수준이었다는 데 모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성남 구단주 이재명 성남시장은 이번 사건을 두고 격노했다. 성남시 고위 관계자는 “인권변호사 출신인 이 시장이 관련 보고를 받고 크게 노했으며 ‘엄중히 책임을 물으라’고 했다”면서 “그저 몇 경기 출전 정지에 그칠 것 같지 않다”며 중징계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틀 전에는 상주 상무 박항서 감독이 5경기 출전 정지와 제재금 500만원 징계를 받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상벌위원회를 열고 “박 감독이 지난 9일 열린 FC서울전에서 심판 판정에 대해 저속한 욕설과 과도한 항의를 했고 주심의 퇴장 지시 이후에도 항의를 계속해 경기 재개를 지연시켰다. 또 퇴장 이후에도 금지된 지도 행위를 계속했다”고 징계 이유를 밝혔다.

박 감독은 경기 당시 상무 양준아가 퇴장 명령을 받자 양복 상의를 벗어 든 채 터치라인까지 나와 심판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거세게 항의했다. 박 감독은 주심에게 퇴장 지시를 받은 후에도 휴대폰을 집어 던지는 등 항의를 그치지 않았고 ‘손가락 욕설’로 보이는 행동까지 해 논란을 일으켰다. 박 감독은 손가락 욕설이 아니라 삿대질이었다고 말했지만 설득력은 크게 높아보이지 않는다. 연맹 상벌위원회는 “지도자의 과도한 항의와 부적절한 언행이 여과 없이 TV로 중계돼 K리그 위상에 큰 손해를 끼쳤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경기 중 퇴장으로 인한 2경기 출전 정지를 포함해 모두 7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됐다. 박 감독은 지난 2006년 경남 감독 때부터 이번 퇴장을 포함해 모두 6차례 경기 도중 퇴장 명령을 받았다. 판정이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도 경기가 생중계되는 상황 속에서 욕설과 몹쓸 행동으로 판정에 불만을 나타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군인팀 감독으로서도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다.

여자실업축구 WK리그 사상 최초로 몰수패를 당한 서정호 서울시청 감독도 자격 정지 1년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여자축구연맹은 지난 17일 “14일 연맹 상벌위원회에서 서정호 감독에게 자격정지 1년을 내리기로 하고 서울시청과 대한축구협회에 통보했다”며 “대한축구협회가 조만간 상벌위를 열어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서정호 감독은 10일 한밭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서울시청과 대전 스포츠토토의 IBK기업은행 2014 WK리그 7라운드에서 후반 5분 심판 판정에 항의하다 선수들을 그라운드에서 불러들였다. 결국 서울시청은 이날 경기에서 0-3으로 몰수패 했다. WK리그가 2009년 출범한 이후 몰수패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자축구 인기가 급감하는 상황 속에서 서 감독의 행동은 자해와 다름이 없었다. 대한축구협회 규정을 보면 경기 도중 운동장을 이탈하거나 이탈을 교사한 지도자는 자격정지 최대 1년 징계를 받는다. 서 감독의 경우에도 규정에 따라 처리된 것이다. 최근 최강희 전북 감독도 판정에 대해 불만을 갖고 인터뷰에서 그걸 가감없이 털어놓아 벌금을 받았지만 최감독은 최소한 경기 만큼은 정상적으로 마친 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