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문(53) 전 롯데 감독이 LG의 새 사령탑으로 선임됐다.

LG는 11일 “11대 감독으로 양상문 MBC스포츠 해설위원을 선임했다. 양 감독의 계약 조건은 3년 6개월 동안 계약금 포함 총 13억5000만원이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23일 김기태 감독의 사퇴 사실을 발표한 이후 18일 만이다. 지난 9일 양 감독을 접촉한 뒤 구단 승인을 받아 최종결정됐다.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던 양 전 감독은 방송사에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LG는 이미 34경기를 치른 상태다. 그러나 아직 전체 시즌 4분의3인 94경기가 남아있다. 조계현 수석코치에게 감독대행을 맡겨 사령탑 공백기를 버텨온 LG는 결국 남은 시즌이 길다는 판단에 따라 외부에서 현장 경험이 풍부한 양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선택했다.

양 감독은 대표적인 투수 출신 지도자다. 롯데와 LG에서 투수코치를 거친 뒤 롯데 사령탑을 역임했다. 롯데 사령탑 시절 포스트시즌에는 진출하지 못했지만 만년 하위권이던 팀을 상당 수준 끌어올렸고, LG에서도 1군 코치로 투수들을 지도한 경험 있어 현재 마운드 붕괴로 고전하고 있는 LG에 적합하다는 내부 결론이 나왔다.

양 감독은 1994년부터 롯데에서 투수코치로 선수들을 지도했다. 2003년 10월 롯데 사령탑으로 선임돼 2005년 10월까지 2시즌 동안 롯데를 이끌었다. 당시 롯데는 해마다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며 최악의 암흑기를 겪고 있었으나 양 감독 첫해인 2004년 4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한 롯데는 바로 이듬해인 2005년 5위까지 올라섰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책임으로 양 감독은 물러났지만 감독으로서 지도력은 인정받았다.

이후 2006년 말부터 2008년까지 LG에서 1군 투수들을 지도했다. 당시 양 감독의 지도를 받은 봉중근, 이동현 등은 여전히 LG 불펜의 핵심을 맡고 있다. 현재는 선발로 전환한 우규민도 양 감독이 투수코치였던 2007년 마무리를 맡아 30세이브를 거두며 가능성을 보였다.

지난해 최강 마운드였던 LG는 올해 선발과 불펜이 모두 흔들려 최하위로 시즌을 출발하는 데 결정적인 작용을 하고 있다. 투수 조련에 일가견 있는 양 감독의 지도력에 큰 기대를 걸고 영입한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의 이유는 양 감독의 무난한 선수단 통솔력이다.

LG는 전임 김기태 감독이 남긴 흔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김 감독은 정해진 규율 속에서는 엄격하게 선수들을 지휘하면서도 고참들을 존중하고 자율적인 분위기로 팀을 이끌어가는 이른바 ‘형님 리더십’으로 성공했다. 사령탑이 공석이 되면서 흔들리고 있는 선수단을 바로잡아줄 지도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당초 선수단을 잘 파악하고 있는 현재 코치진 가운데 한 명을 감독으로 승격시키리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구단은 과거 LG를 거친 양 감독을 외부에서 영입했다.

양 감독은 코치로서나 감독으로서나 선수단과 인화력에서는 무난한 평가를 받았다. 지금도 LG 투수들 가운데서는 ‘우리 코치님’이라고 부를 정도로 양 감독이 투수코치였던 시절을 추억하는 선수들도 있다.

양 감독은 13일 잠실 롯데전부터 감독으로서 지휘봉을 잡고 선수단을 이끌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