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구단의 지휘봉을 잡는 것은 야구인으로 무척 영예로운 일이다.

11일 LG 새 사령탑이 된 양상문 신임감독 또한 그래야 한다. 그러나 첫날부터 유쾌하지 않은 일이 알려졌다.

LG는 김기태 감독 사퇴 뒤 장고 끝에 외부 인사 영입으로 가닥을 잡고,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과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 신임 감독의 입장에서는 구단에서 여러 대상을 물색하던 중 자신을 찾았다는 사실이 달갑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김기태 감독 사퇴 때도 알게 모르게 사령탑의 자존심 문제가 거론됐다. LG에서는 현장의 사령탑이 어느 정도 중한 존재인지 다시 한번 묻게 된다.

LG는 외부 인사 영입을 위해 속도를 낸 것은 최근 일이라고 했다. 시일을 떠나 김성근 감독을 영입하려 했다면 어느 정도 진심을 가지고 접근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시즌 초반 감독 공석 상태, 그것도 사령탑이 급작스럽게 사퇴를 한 마당에 김성근 감독을 찾아 영입 제의를 했을 때 곧바로 수락할 것으로 생각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영입 대상을 정했다면 그에 맞는 접근을 하는 게 맞다.

양 신임 감독 또한 구단의 진심을 확인할 기회가 많지 않았을 것 같다. LG 구단은 경험과 LG와 함께한 이력 등을 감안해 양 감독을 최적임자라고 했지만 그 마음을 영입 과정에서 제대로 전달했는지 모르겠다.

양 감독 입장에서는 어려운 결단을 내렸을 것이다. 시즌 초반, 이미 크게 흔들린 팀의 수장으로 나선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양 감독 입장에서는 분명 위험 요소를 감안하고 내린 결정이었을 것 같다. 그런데도 출발부터 LG가 여러 곳에 시선을 뒀다는 점이 널리 알려진 것은 기운이 빠지게 할 수도 있다. LG가 그 짧은 시간에 한명도 아닌 두 사령탑에게 어떻게 진심을 전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수많은 야구인이 LG 지휘봉을 잡았다 놓으면 작아지곤 했다. 감독의 인사권을 구단이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뿌리내려 있기 때문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