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의 실험’은 성공할까?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 e스포츠경기장은 저녁이 가까워지면서 ‘블레이드&소울 비무제:임진록’(이하 비무제)을 보러 온 2000여명의 팬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주최 측인 엔씨도 미처 예상하지 못한 ‘사태’인 탓에 급하게 근처의 영화관을 대관해 팬들을 분산 입장시킨 후에야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2주차 경기가 열린 지난 7일도 마찬가지였다. 새벽부터 줄이 생기더니 입장권을 배부하기 시작한 오후 1시쯤에는 이미 1000명 이상의 팬들이 몰려들었다. 준비된 쿠폰이 빠르게 동나 뒤늦게 방문한 유저들은 현장 관람은 물론 쿠폰도 받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MMORPG(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의 e스포츠화’라는 다소 낯선 실험에 나선 엔씨의 도전이 이미 ‘절반의 성공’을 거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RPG로 e스포츠를 한다고?

비무제가 화제를 모으는 이유는 장르의 한계 때문이다. 그동안 e스포츠로 성공한 게임은 대부분 실시간전략(RTS)이나 공성대전(AOS, MOBA), 1인칭슈팅(FPS), 스포츠 장르였다. 상대와 대결을 벌이는 것이 게임의 주된 내용인 데다 비교적 짧은 시간에 승부를 낼 수 있어 관전용 스포츠로 적합해서다.

반면 오랜 시간에 걸쳐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것이 게임의 재미 요소이자 주된 목적인 MMORPG 장르를 e스포츠로 만드는 것에는 많은 한계가 있었다.

엔씨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PvP 콘텐츠를 발전시켜 게이머들이 서로 동등한 능력치를 가지고 순수하게 실력을 겨룰 수 있게 만들어 e스포츠 종목으로의 가능성을 열었다.

특히 이번 대회를 앞두고 ‘보는 재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중계 화면을 새로 개발했다. 비무제가 이용자 간의 1대1 대전임을 고려해 대전격투와 유사한 형태의 인터페이스와 화면 시점을 채택한 것. 대전격투게임처럼 체력 게이지바를 상단에 배치하고 콤보 횟수를 화면에 표시하는 등 관람객들의 이해를 높인 것은 물론 화려한 액션에 걸맞은 카메라 앵글로 박진감을 더했다. 또 각종 스킬의 재사용 대기시간을 표시해 주는 등 선수들의 전략 및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다양한 정보를 관람객들에게 제공했다.

이같은 노력 덕에 현장을 찾은 팬들은 선수들의 경기 화면을 숨죽이고 지켜보며 연방 환호성을 질렀다. <리그 오브 레전드>나 <스타크래프트> 경기의 관중석과 다름없는 장면이었다.

한국e스포츠협회 관계자는 “용산에 들를 일이 있어 현장을 찾았는데 정말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놀랐다”며 “게임 중에서도 마니아적 성격이 강한 장르가 MMORPG다. ‘그들만의 리그’로 머물지 않기 위해서는 얼마나 대중성과 접목시킬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스포츠는 <블소>의 글로벌 전략

‘비무제’는 <블레이드&소울>의 유저층 확대를 위해 시작한 이벤트로, 게임 속 ‘비무’(比武)라는 PvP(대인전) 콘텐츠를 발전시킨 것이다. 일반적으로 게임 내에서는 개인별로 레벨이 다르지만, ‘비무제’에서는 동등한 능력치를 지닌 캐릭터를 가지고 순수하게 실력을 겨룬다. 이 때문에 일반 유저들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축제를 지향한다.

지난해 9월 시작돼 올 2월까지 온라인에서 5번의 ‘비무제’를 개최한 데 이어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 e스포츠경기장에서 처음으로 방송대회를 열며 e스포츠로의 본격적인 도전을 시작했다.

‘비무제’는 명백히 <블소>의 글로벌 전략과 맞닿아 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11월 중국을 시작으로 올해 <블소>의 북미와 유럽 진출을 노리고 있는데, 전세계 유저들이 쉽게 즐길 수 있는 e스포츠를 통해 자연스럽게 <블소>의 재미를 알릴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이미 ‘비무제’와 같은 e스포츠 행사인 ‘무령천하새’를 시작했다. 베이징·상하이·난징 등 주요 30개 도시에서 예선과 결선을 거쳐 우승자를 뽑고 결선 대회를 진행한다. 양국에서 대회가 성공적으로 정착될 경우 조만간 한·중 대결도 열릴 전망이다.

이번 비무제는 지난 7일 조별 토너먼트를 마치고 14일 결승전에 이어 15일에는 전 프로게이머 임요환과 홍진호가 펼치는 이벤트 경기 ‘임진록’을 가질 예정이다. <스타크래프트>를 통해 e스포츠 최고의 명경기로 꼽히는 ‘임진록’이 <블소>에서도 재현되기에 팬들의 관심이 크다.

모든 경기는 온게임넷과 <블소> 공식 홈페이지에서 시청할 수 있다. 또 유튜브, 판도라TV, 다음TV팟, 아프리카TV의 웹사이트와 모바일에서도 실시간 중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