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타리카는 30일 브라질 헤시피의 페르남부쿠 경기장에서 치러진 그리스와의 브라질 월드컵 16강전에서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 끝에 5-3 승리를 거뒀다. 일등공신은 골키퍼 케일러 나바스(레반테)였다. 경기 후 국제축구연맹(FIFA) 홈페이지에서 팬들의 투표로 뽑는 ‘맨오브더매치’(MOM)는 나바스의 몫이었다.

후반 21분 오스카르 두아르테(브뤼헤)가 퇴장당한 코스타리카는 체력이 떨어진 후반 중반 이후 연장전까지 50분 이상을 10명이 버텨야 했다. 수비진은 지쳤고, 그리스의 중앙 공격은 투박하지만 거셌다. 비록 후반 46분 소크라티스 파파스타토풀로스(도르트문트)에게 통한의 동점골을 허용했지만 그 골을 제외하고 나바스는 12개의 유효슈팅을 막아내며 철옹성처럼 골문을 지켜냈다. 연장 승부를 이끈 그는 승부차기에서도 그리스의 네 번째 키커 테오파니스 게카스(코냐스포르)의 슈팅을 쳐내면서 기어코 승리를 만들어냈다. 호르헤 루이스 핀투 코스타리카 감독은 “그는 세계 최고의 골키퍼”라며 “승부차기에서도 그를 믿었다”고 칭찬했다. 적장 페르난도 산토스 그리스 감독도 “나바스는 축하를 받아야 한다. 그가 없었더라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라고 인정했다.

나바스는 우루과이·이탈리아·잉글랜드 등이 포함된 ‘죽음의 D조’에서 3경기 동안 87.5%의 엄청난 선방률로 1실점만 하며 팀을 조 1위로 이끌었다. 그나마 우루과이에 내준 한 골도 페널티킥 실점이라 필드골 실점은 없었다.

나바스의 월드컵 선전은 지난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예견됐다. 2013~2014시즌 나바스는 전력이 떨어지는 레반테에서 분투하며 팀을 리그 10위로 이끌었다. 레반테가 지난 시즌 터뜨린 34골은 리그에서 4번째로 적었다. 공격이 약한 데다 포백 라인도 상대적으로 부실했다. 이런 레반테가 10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나바스가 골문을 지키며 리그 5번째로 적은 43실점으로 막은 덕택이다. 지난 시즌 나바스의 유효슈팅 선방률은 79.4%로 리그 전체 1위였다.

나바스는 2008년 국가대표로 데뷔한 이후 코스타리카 역사상 최고의 골키퍼로 꼽히고 있다. 1m84로 아주 큰 키는 아니지만 위치 선정이 좋고 반응속도가 뛰어나 공격수가 가까운 거리에서 시도하는 슈팅을 반사적으로 막는 솜씨가 일품이다. 다이빙 세이브와 페널티킥 세이브도 일품인 그는 이번 대회에서 확실히 주가를 높이고 있다. 나바스가 지난 1월 스페인의 테니스 선수 파블로 안두하르의 시속 160㎞ 테니스 볼을 엄청난 순발력으로 막아내는 훈련 동영상은 유튜브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는 이제 막강한 공격력의 네덜란드와 8강전에서 대결한다. 나바스는 “최고의 팀과 벌이는 대결은 큰 도전이지만 편안하게 맞서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