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변화무쌍 투구패턴으로 타선 농락 ‘11승’
‘4색 피칭’ 괴물, 진화는 계속된다
직구를 줄였다… 비율 42.8%…전반기보다 무려 10% ↓
변화구 늘렸다… 위력 더한 슬라이더·커브에 체인지업 ↑
메이저리그 후반기에 류현진(27·LA 다저스)을 상대하는 타자들은 상당히 곤혹스러울 것 같다. 22일 미국 피츠버그 PNC파크에서 열린 피츠버그 파이리츠와의 원정경기에서 후반기 첫 등판해 승리투수가 된 류현진의 투구 패턴은 전반기와는 사뭇 달랐다.
류현진은 전반기 직구와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를 고루 던지는 ‘4색 피칭’을 선보였다. 지난해 22%가 넘었던 체인지업의 비중을 올해는 약 2% 정도 줄이고 대신 커브의 비중을 늘려 효과를 봤다.
그 와중에도 변하지 않은 것이 직구의 비율이었다. 미국 야구 통계사이트인 ‘팬그래프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류현진의 직구 비율은 54.2%였고, 올해도 53.1%를 기록하며 대등한 수치를 보였다. 평균 구속은 90마일(약 144㎞)을 조금 웃돌지만 제구력이 뒷받침된 직구는 류현진의 자존심을 보여주는 대표 구종이었다.
LA 다저스 류현진이 22일 미국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 PNC파크에서 열린 피츠버그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힘차게 투구하고 있다. 피츠버그 | AP연합뉴스
하지만 이날 류현진은 평소와는 다르게 ‘직구 다이어트’를 하는 양상을 보였다. 류현진이 던진 98개의 공 중에서 직구는 42개에 그쳤다. 비율로 따지면 42.8%로, 전반기보다 10%가량 줄어들었다.
대신 류현진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3가지 변화구 체인지업·슬라이더·커브의 비중을 높이며 피츠버그 타자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전반기 류현진의 변화구 비율은 체인지업 20%, 슬라이더 12.9%, 커브 11.6%였다. 그러나 이날 류현진의 변화구 비율은 슬라이더와 커브가 각각 19.4%로 전반기보다 월등히 높았다. 체인지업이 18.4%로 약간 낮기는 했지만 투구 수로 보면 슬라이더와 커브가 19개, 체인지업이 18개로 비슷했다.
4가지 구종을 비율까지 바꿔가며 던지는 류현진은 매 경기 다른 패턴의 투구로 상대 타자들을 어렵게 하고 있다. 물론 류현진이 4가지 구종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류현진은 올시즌 커터에 가까운 슬라이더를 던지고 있다. 슬라이더는 맞는데 구속이 80마일 후반대에 형성되면서 기존 슬라이더에 익숙한 상대 타자들을 당황하게 하고 있다. 이 구종을 커터라고 주위에서 부르지만 류현진 본인은 ‘고속 슬라이더’라고 말하고 있다.
커브도 올시즌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시즌을 앞두고 커브 연마에 많은 공을 들였던 류현진은 시즌을 치르면서 그 노력의 달콤한 댓가를 받고 있다. 커브의 달인인 클레이튼 커쇼가 팀 동료라는 점 또한 류현진에게는 행운이다. 커쇼와의 시너지 효과를 통해 류현진의 커브는 그 위력을 더해가고 있다.
지난해까지 류현진은 다른 구종도 던지기는 했지만, 결정구를 주로 체인지업에 의존하는 ‘체인지업 투수’였다. 그러나 올시즌 류현진에게는 슬라이더와 커브를 갖다붙여도 말이 될 만큼 전체적으로 구종이 좋아졌다. 매 경기 다른 모습을 보이는 류현진은 여전히 진화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