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염경엽 감독은 선두 삼성 추격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아예 고개부터 내젓는다.

넥센은 지난 주말 삼성과 대구 2연전을 모두 잡아 두팀 간격을 3.5게임으로 줄였다. 한번쯤 시선을 둘 만한 거리까지 간격을 좁혀놨지만, 선두 싸움은 관심 밖 얘기인 것처럼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선두 추격에 뜻이 아예 없을 리 없다. 다만 염 감독은 선두를 잡으려다 혹여 오버페이스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정작 관건인 ‘2위 자리’를 놓칠 여지를 줄까 싶어 ‘과욕’은 부리지 않기로 다짐하고 있다. 페넌트레이스에서는 팀 전력적으로도 삼성을 잡기 버겁다고 진단도 내려놓은 상태다.

염 감독은 선수들이 최상의 몸상태로 포스트시즌에 들어가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단 2위로 플레이오프에 안착하는 그림을 그리면서 포스트시즌에 앞서서도 충분한 준비기간을 갖기를 원하고 있다.

염 감독은 간간이 “단기전이라면 그 나름의 싸우는 법이 또 있다”고 말한다. 페넌트레이스 같은 장기전이라면 몰라도 단기전이라면 삼성과도 한번 해볼 만하다는 뉘앙스를 슬쩍 담곤 한다.

지난해 가을의 ‘반면교사’이기도 하다. 넥센은 지난해 페넌트레이스 최종일에 한화에 덜미를 잡히며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이 걸린 2위를 LG에 내주고 준플레오프부터 포스트시즌을 시작했다. 당일치기 원정 시리즈가 이어졌던 지난해 막판 일정 때문에 피로가 가중된 상태에서 맞은 준플레이오프를 용두사미로 마치고 말았다. 2연승 뒤 3연패로 무너졌다.

염 감독은 하루 빨리 2위 자리를 굳히고 싶은 마음이 그래서 강하다. 지난 31일 대구 삼성전을 승리한 뒤 다소 여유를 얻은 것도 3위 NC와 거리가 5.5게임으로 커졌기 때문이다. 가급적 아시안게임 브레이크에 들어가는 15일까지는 2위 싸움은 끝내놓고 다음을 준비하겠다는 계산이다.

선두 싸움 기회가 눈앞까지 온다면 그것은 보너스 중의 보너스로 여길 것으로 보인다. 넥센이 삼성보다 4경기를 더 치른 상태로 선두 싸움 계산이 복잡한 것도 감안할 부분이다. 넥센은 진짜 가능하다 싶다면 그제서야 발톱을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무리하게 추격전을 벌였다가는 포스트시즌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