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필리핀 국적을 취득한 미국프로농구(NBA) 브루클린 네츠 출신 빅맨 안드레이 블라체(28·211㎝)의 맹활약이 2014 스페인 농구 월드컵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블라체 열풍이 뜨거워지는 만큼 그를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 출전시키려는 필리핀 농구협회의 집념도 더욱 강해지고 있다.

블라체는 2일 열린 농구 월드컵 B조 리그 아르헨티나(세계 3위)와의 경기에서 24분간 14점 15리바운드를 올리며 필리핀이 강호 아르헨티나와 대등한 경기를 펼치는데 앞장섰다. 81-85로 아깝게 졌지만, 필리핀은 4쿼터 2분여를 남기고 81-82까지 따라붙는 등 강력한 우승 후보인 아르헨티나를 궁지에 모는 등 인상적인 경기력으로 박수를 받았다.

필리핀 돌풍은 안드레이 블라체의 든든한 골밑 활약을 바탕으로 두고 있다. 블라체는 필리핀의 첫 경기인 크로아티아전에서 41분 동안 28점 12리바운드를 올렸고, 그리스와 2차전에서는 33분간 21점 14리바운드를 기록했다. 경기 평균 21점 13.7리바운드로 2일 현재 리바운드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필리핀은 크로아티아에 연장 접전 끝에 78-82로 아깝게 졌고, 그리스와는 70-82로 선전했다.

비록 3연패를 당했지만 필리핀은 내외곽의 조화와 개인기, 조직력 등에서 균형을 맞추며 선전하고 있어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향한 희망을 부풀리고 있다.

문제는 블라체가 아시안게임에서도 뛸 수 있느냐 여부다. 귀화선수가 곧바로 출전할 수 있는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과 달리 아시안게임을 관장하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는 그 보다 강력한 규정으로 귀화선수 출전을 제한하고 있다. 귀화선수가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려면 귀화후 그 국가에서 3년 이상 거주한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블라체는 지난 6월 11일 필리핀 국적을 얻었기에 아시안게임 출전 자격이 없다.

그러나 필리핀 농구협회는 OCA의 확실한 결정이 나올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모든 가능한 노력을 다 쏟아붓고 있다. 우선 필리핀이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에 제출한 농구팀 엔트리에 블라체가 포함돼 있다. 조직위는 이 엔트리에서 블라체의 자격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OCA에 통보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국적 문제가 의심되는 선수는 블라체를 포함해 총 8명이다.

필리핀 언론에 따르면 필리핀 농구협회는 FIBA와 OCA 고위 관계자들을 접촉하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매니 팡글리난 필리핀 농구협회장은 최근 스페인에서 열린 FIBA 총회에서 이 문제를 거론하며 협조요청을 구했고, OCA 고위관계자들과도 접촉하며 로비를 하고 있다. 그는 또 “귀화선수 3년 거주 규정은 전 국가에서 국가대표로 뛴 선수들에게만 해당된다”고 주장하며 블라체 출전을 관철시키려고 노력 중이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인천 아시안게임 조직위의 엔트리 관련 실무 책임자인 문호성 부장은 “OCA 헌장 49조는 한 국가에서 국가대표를 한 선수는 국적변경 3년 후에 귀화한 나라의 국가대표로 나설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어 OCA 헌장 50조에는 귀화선수는 국적 변경후 현지에 3년 이상 거주한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고 돼 있다”면서 “필리핀이 이런 조항을 혼동하고 있거나, 아니면 알고도 일단 밀어붙이고보자는 의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필리핀은 일단 블라체 출전을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하다가 OCA가 허락하지 않을 경우 다른 선수로 교체하려는 의도다.

블라체의 인천 아시안게임 출전 자격은 OCA가 최종 결정한다. 인천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는 OCA의 결정이 늦어도 5일 이전에는 도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6일부터 각국에서 선발대가 출발해 인천으로 들어오기 시작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