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아시안게임이 개막 직후부터 곳곳에서 운영 미숙을 드러내며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지난 20일 인천 옥련국제사격장에서 열린 사격 첫날 경기가 끝난 뒤 경기장을 빠져나오는 김선일 사격대표팀 코치의 얼굴은 상기돼 있었다. 김 코치는 “우리 애들이 오늘 아침부터 밥도 하나도 못 먹고 경기를 했는데 컨디션이 좋을 리가 있나”라며 “아무리 그래도 밥은 먹이고 경기를 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금메달이 기대됐던 남자 50m 권총의 진종오와 여자 10m 공기권총의 김장미는 결국 결선 7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날 선수·심판의 식사는 밖에서 배달한 도시락으로 해결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조직위원회 측에서 위생 문제를 거론해 도시락의 반입에 난색을 표했다. 결국 도시락 주문은 취소됐고, 선수들에게는 빵 하나와 우유 하나만 주어졌다.

조직위 측은 다음날인 21일에는 선수들에게 줄 도시락을 준비했다. 하지만 바나나 1개, 초코파이 1개, 우유 1개 뿐이었다. 사격연맹 관계자는 “선수들이 결국 도시락 안 먹고 갔다”고 한숨을 쉬었다.

지난 20일 배드민턴 경기가 열린 인천 계양체육관에서는 배드민턴 여자 단체전 1라운드 3경기가 진행중이던 도중 정전이 돼 경기가 약 5분간 중단되는 황당한 일이 있었다. 다행히 곧바로 전력이 복구돼 경기가 재개되기는 했다.

대회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경기장 내 전력 소비가 급증해 과부하로 인한 정전이 일어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제대회에서 일어난 일인만큼 실로 부끄러운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또 성화가 12분간 꺼지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조직위원회는 “20일 오후 11시 38분부터 11시 50분까지 12분간 성화가 꺼졌다”며 “성화대 내부 수조 온도 상승으로 센서가 오작동하면서 전원이 차단돼 성화가 꺼진 것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자원봉사도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조직위는 이번 대회에 1만3500명에 달하는 자원봉사자를 투입했다. 하지만 대부분이 ‘무늬만’ 자원봉사자다. 정작 필요한 정보가 있어 물어보면 “모른다”, “나는 이 부분에 대한 지시만 들었다”는 대답이 대부분 돌아온다.

체육관 한 구석에 누워 수면을 취하고,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 인터뷰를 마친 선수들에게 사인과 사진촬영을 요구하는 것은 비일비재한 일이다. 경기 후 이동을 해야 하는 선수들이 자원봉사자들에게 잡혀 사진을 찍고 사인을 해주다가 시간이 늦어 허겁지겁 달려가는 장면도 흔하다. 이날 체조 남자 단체전에 나선 양학선도 자원봉사자들에 구급대원까지 몰려 사인을 해주느라 가장 늦게 경기장을 떠났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여기저기서 쓴 소리가 나오고 있다. 류중일 야구 대표팀 감독도 21일 문학구장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선수들 사인 받기 바쁘다. 선수들은 정해진 연습 등 많은 것을 소화해야 한다”며 “자신이 가져온 공에, 선수들이 연습 끝난 후에 받는 것도 아니고 경기장에 있는 공들을 집어와 사인을 받곤 한다. 자원봉사자들이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